조선시대부터 학생운동사까지

정문 앞 제기동 변천사 조명해

 

본교 정문 앞 골목의 주택에서 '고대앞마을 사진전'이 열렸다.
본교 정문 앞 골목의 주택에서 '고대앞마을 사진전'이 열렸다.

 

  ‘고대앞마을 사진전’이 본교 정문 앞 골목의 한 주택에서 열렸다. 주민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동대문구청과 고대앞마을 도시재생센터가 공동 주관한 전시다. 조선시대부터 학생 운동사까지, 32점의 이미지로 제기5구역의 역사를 되짚는다. 기획자 정성원 씨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거시적인 역사보다 미시적인 생활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과 마을의 관계성을 회복해서 지역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고대앞마을 도시재생센터에서 매입한 주택부지를 세 구역으로 나눠 갤러리처럼 꾸몄다. 허름한 담벼락 안쪽에는 조선시대부터 광복 직후까지 제기5구역이 나타난 지도 다섯 점이 걸려있었다. 조선 말에 그려진 <경조오부도>와 <흥인지문~동구릉 능행 노선>,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지도, 1930년대의 <대경성정도>, 해방 후 그려진 <서울특별시가도>에는 고대앞마을의 변화가 차례로 드러난다. 조선의 지도에는 산등성이와 개천의 물줄기 사이로 집들이 드물게 나타났다면, 도시화 과정에서는 개천이 자취를 감추고 보성전문학교와 같이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집 안으로 발을 옮기면 방 두 개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첫 번째 방에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제기5구역이 개발되던 모습의 사진들이 진열됐다. 작품 속에는 본교 인문캠과 제기동을 잇는 도로가 포장되던 당시의 현장이 담겨있었다. 1976년 본교 앞 지하도 준공식을 담은 네 점의 사진도 옛 제기동의 낯선 광경이지만, 캠퍼스를 둘러싼 돌담길만큼은 친근하다.

1972년, 고려대 학생들이 구속학생을 위해 시위하던 중 한 학생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획자는 "역사적 사건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전했다.
1972년, 고려대 학생들이 구속학생을 위해 시위하던 중 한 학생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획자는 "역사적 사건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방에는 고대신문사에서 발간한 <사진 고대학생운동사1905-1985>에 수록된 작품들로 본교 학생운동사가 펼쳐진다. 벽면에 걸린 12점의 흑백사진은 모두 참여 인물과 마을 전경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선 반대 시위와 교련반대운동 등에 참여했던 사진 속 학생들의 모습은 정문 앞 거리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작은 방의 벽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고대앞마을에 오래도록 녹아든 사람들의 시간이 느껴진다.

 

글 | 김영은 기자 zerois@

사진 | 김영은·김예락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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