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 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 소장

 

  인앱결제 공방이 뜨겁다. 미국에선 인기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불을 지폈다. 지난해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된 뒤 애플과 구글을 제소하면서 인앱결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내에선 ‘구글 갑질 논란’과 함께 인 앱결제 강제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국 국회가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8월 31일 통과시켰다.

  인앱결제는 앱에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할 때 적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아이템 구매다. 게임을 하다가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할 때 앱 내부에서 곧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게임에만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모든 디지털 상품 구매 때 인앱결제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반면 ‘배달의민족’ 같은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는 인앱결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결제 행위가 앱 바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앱결제는 편리한 측면도 있다. 앱을 떠나지 않고 곧바로 구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애플과 구글은 이런 점을 내세워 ‘인앱결제 강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앱결제는 두 가지 점 때문에 경쟁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첫째. 인앱결제 때 자사 결제 수단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점, 그리고 둘째. 거래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는 점이다.

  인앱결제 공방이 뜨거울 땐 ‘30% 수수료’가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수수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앱스토어 운영방식과 연결된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인앱결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앱결제를 하기 위해선 앱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합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인앱 구매를 하면 API가 신용카드 같은 결제 수단을 결제 프로세서(payment processor)에 보낸다. 애플이나 구글의 결제 프로세서는 요청받은 것이 합당한 거래인지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가 없을 경우 승인이 떨어지고 거래가 진행된다. 이 작업도 결제 프로세서가 담당한다. 구글과 애플은 거래 승인 및 처리 작업을 하는 API와 결제 프로세서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결제 프로세서는 구글이나 애플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페이팔, 스퀘어 같은 많은 업체들도 보유하고 있다. 앱스토어에서 퇴출됐던 에픽도 자체 결제 프로세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인앱결제 공방의 핵심은 구글과 애플이 자사 API와 결제 시스템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점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규정한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결제 시스템 개방에 초점을 맞춘 건 그 때문이다. 미국 상원의 ‘오픈앱마켓법’이나 하원의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한 뼘 더 들어가면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독점과 연결된다. 미국의 법안들이 결제 시스템 뿐 아니라 제3의 앱스토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앱 비즈니스의 근본 작동 방식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공격이 거세지자 애플과 구글은 올 들어 몇 가지 양보 조치를 내놨다. 구글은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인앱결제 전면 확대 조치를 내년으로 6개월 연기했다. 애플은 앱 내부에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를 삽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앱에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직접 홍보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엔 모두 금지했던 사항들이었다.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애플의 앱 장터 독점 행위는 전 세계에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미국 정부조차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금 추진 중인 법들 이 발효될 경우엔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지배력이 훨씬 약해질 가능성이 많다. 불공정한 앱 비즈니스 관행을 건드리지 않는 한 인앱결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 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규제 칼날이 수수료보다는 앱스토어의 경쟁방해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그런 만큼 인앱결제 문제를 바라볼 때는 구 글과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 독점 문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그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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