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인디고>

 

별점: ★★★★☆

한 줄 평: 상상력을 자극하는미적 감각으로 표현된 그들의 사랑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라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무드인 디고>는 <이터널 선샤인>을 연출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기발한 상상력과 동화적인 분위기는 특유의 영상미로 인해 ‘공드리 월드’라 불렸다. 이 영상미는 무드 인디고에서  더 강렬하다. 무드 인디고는 여러 사람이 집필한 소설의 형태를 띤 사랑 이야기다. 즉,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소설이자 허구라는 것이다. 영화가 현실이 아님을 은연중에 알지만, 영화의 요소들은 현실을 초월하는 모습이다. 하늘을 나는 구름 모양의 자동차, 한 프레임 속 다른 날씨가 존재하는 환경, 가슴 속에서 수련이 자라는 병 등의 요소들은 감독의 미적 감성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주인공 콜랭이 시작하는 사랑은 다소 과한 색감과 화려한 사물들로 표현된다. 칵테일을 만드는 피아노를 발명해 남들보다 풍족한 삶을 살던 콜랭에게 사랑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클로에 앞에서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는 그를 통해 우리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 앞 남녀가 느끼는 떨림은 누구나 똑같음을 알 수 있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현실성을 더함으로써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 영화의 시각적 요소는 강렬하며 사물들이 추상적이고 몽환적으로 배치됐는데, 이는 주제인 ‘사랑의 색’과 관련됐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과 후, 즉 콜랭과 클로에가 만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이다. 이들의 사랑이 가진 열정을 보여주듯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투는 생기가 넘치고 활발하다. 그러던 어느 날 클로에의 가슴에서 수련이 자라는 병이 발견되고, 콜랭은 아내의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바치기에 이른다. 이에 영화 색감은 점점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이런 모습은 콜랭의 친구인 시크와 알리즈의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반짝거리고 설레는 시작을 지나 점점 처음의 색을 잃어가는 모습을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후반부는 흑백영화 같은 모노톤이다. 동화적 분위기에서 서서히 찾아오는 슬픔은 현실보다 더 진솔하고 덤덤하게 느껴진다. 비록 화려한 색감이 지배적인 것은 초반의 일부분이지만, 영화를 다 본 후 머리에 남는 것은 초반의 화려한 색감이다. 이 또한 공드리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사랑이 온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라는 엔딩 크레딧처럼, 감독은 인생 속에서 사랑의 시작은 어떤 순간보다 짜릿하고 화려한 기억임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사랑의 힘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그 색이 바랬지만, 한편으론 색을 잃고 모노톤으로 변한 것이 꼭 사랑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콜랭은 클로에가 투병하는 와중에도 클로에의 완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거리낌 없이 바쳤고, 계속해서 변함없는 사랑을 보였다. 이는 투병하는 클로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러 색을 합치면 검은색이 되듯 이들의 사랑도 진정한 합일에 이른다.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지만, 사랑을 풀어내는 방식이 우아하고, 화려하며, 한편으론 더욱 비극적이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미적 감각으로 표현된 무드 인디고는 여러분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신석현(정경대 경제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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