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다음날 하와이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서는 “‘종전선언’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으로 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완전한 평화의 시작이라고 연이어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고조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반도의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이후 4년여 동안 추진해 온 목표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은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내용이다. 이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사실상 단절돼 ‘종전선언’의 실현 가능성도 희미해졌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거듭된 인도적 대응에도 최근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또, 5㎿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우라늄 농축공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미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장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촉구에 대해 이틀 만에 대답을 내놓은 북한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가 7시간 만에 “좋은 발상”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또,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폐기돼야 종전선언 협상에 나서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른 속내가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남·북·미 3자와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에서 빠지지 않는 글자가 ‘북’이다. 즉 북의 실질적 협조가 없다면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염원하던 선언은 불가능에 가깝다. 7시간 만에 긍정적 화답으로 입장을 바꾼 북한에 청와대는 즉각 “굉장히 의미 있고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고 반겼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종잡을 수 없는 행태와 의중을 간파하지 못하고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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