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
<블루 재스민>

 

별점: ★★★★☆

한 줄 평: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 그 사이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것


 

  에르메스부터 샤넬까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명품들, 그녀를 맞이하는 뉴욕의 호화로운 집. 그리고 그녀의 곁에 있는 성공한 남편과 하버드에 다니는 자랑스러운 아들.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을 재스민의 ‘완벽한’ 인생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아버린 재스민은 그에 대한 복수심에 남편의 사기 행각을 FBI에 직접 고발하고 만 것이다. 그 충격에 아들 역시 그녀를 떠나고, 그녀는 한순간에 초상류층에서 무일푼으로 전락하고 만다. 오갈 데 없는 그녀는 동생 진저가 사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이 불행 속에서 다시 과거의 재스민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서. 

  난생 만나본 적 없는 부류의 사람들, 스스로가 천하게 여겼던 일들을 해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며 과거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해지기만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을 불행 속에서 구원해줄 남자 드와이트를 만나게 되며 그녀는 다시 호화로운 상류층의 삶을 꿈꾸지만, 이내 거짓말로 자신의 인생을 포장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그녀는 불행한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고 만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던 그 날과 다름없는 모습으로(어쩌면 그때보다 더 공허한 눈동자로) 그녀는 길거리에 홀로 앉아 중얼거린다. 과연 이 영화는 그녀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후에 그녀가 결국 불행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스스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는 이상 불행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소 어려워 보인다. 그녀가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은 그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외부에 의존함으로써 얻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능력도, 열의도 없는 그녀에게 세상은 냉정하기만 하다. 그리고 재스민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지에 관해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재스민의 전부였던 명품, 돈, 호화스러운 삶. 이것이 과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물론 이런 것들이 인생에서 단적으로 무가치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느 순간 우리를 떠나기 쉬운 것들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을 우리는 그녀의 인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가장 불행한 순간에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진실하게 사랑해주는 이도, 친구들도, 그리고 그녀를 다시 일으킬 만한 능력도 없었다. 재스민이 소홀히 했던 가치들이 사실상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지키는 요소였다. 반면 재스민의 동생인 진저는 능력 있는 남편도, 아름다운 외모도,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삶은 충만해 보인다. 명품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삶이 재스민보다 더욱이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엇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대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특히나 물질적 가치들은 본디 우리를 떠나기 쉽다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행복은 잠시일 뿐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재스민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 속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계속해 삶을 살아갈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담긴 버킨백을 그녀 스스로 버리지 못한다면.

 

김유진(문과대 철학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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