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광장의 하늘이 높아지고, 정경대 후문 은행나무의 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쌀쌀한 가을이다. 1933호는 가을의 찬바람을 의식하기라도 한 양, 훈훈한 기사들로 채워졌다. 1면에서는 고대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근로 현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했고, 돌아온 가을 축제와 89학번 밥약 행사, 세종캠 소식까지 전반적으로 ‘고대 가족’의 소식을 전하는 데 집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89학번 밥약 행사는 미디어관 지하 2층을 전전하는 필자와 국원들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던 터라 기사로 만나니 새삼 반갑다.

  그러나 몇몇 보도들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고대의료원의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1면의 보도는 단순한 근로일지의 수준에 그친다. 좋게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근무하는 고대의료원의 실황이지만, 보도로서 이 기사문이 가지는 유의미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 기사는 단순 업무에 대한 단기 근무만을 담당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정이라는 핵심적 문제인식을 의도적으로 비껴갔다는 지적에 취약하다. 비슷한 규모의 병원이나 기업의 장애인 근로자 고용에 비해 고대의료원의 고용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인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고대의료원의 장애인 근로자 수만 제시하면서 고대의료원의 현황이 아주 우수한 양 작성되었다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편집상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1면에서 2면까지 ‘보람’과 ‘기쁨’에 통 크게 할애한 지면 옆에는 손바닥만 한 고대의료원 노조파업 종료 기사가 실려 있다. 고대의료원은 근로자의 뿌듯한 웃음이 넘치는 보람과 기쁨의 장인가, 아니면 부족한 인력을 가까스로 메우는 살인적 근무에 못 이겨 대대적인 파업을 하고서야 그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불통의 벽인가? 

  언론단체 대표라고는 하나, 하늘 아래 우리뿐인 자치언론단체에 속한 필자로서는 학교에 속해 학교를 써야 하는 학보사의 숙명적 부담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대신문을 애독하는 한 명의 철없는 독자로서는 고대신문이 이러한 양면을 더욱 입체적이고 균형 있게 다뤄주었으면 하는 해맑은 요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외 지면의 큰 흐름에서는 6·7면의 종로 답사기가 돋보인다. 기자가 겪은 일종의 체험기에서 출발해, 노인혐오와 노인 집단 내부에서의 계급화 등 다양한 시사점을 자연스럽게 제시했다. 다만 7면의 그래픽은 안 그래도 글자로 가득 찬 지면을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게 해 시각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이 점점 깊어만 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백방으로 취재하고 있을 고대신문의 기자들을 응원하며, 그저 훈훈할 뿐 아니라 뜨겁기까지 한 지면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윤서(KUTV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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