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음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추억을 계속 담고 있기엔 너무 낡아버린 기계를 들고, 우리는 ‘세운상가’를 찾는다. ‘수리수리협동조합’ 수리 장인들에겐 못 고치는 물건도, 추억도 없어서다.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구형 제품도 이곳에선 멀끔한 자태로 ‘그때 그 모습’을 되찾는다. 세운상가의 수리 장인의 공간을 찾아, 소중한 추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따라가 보았다.

 

(1) 작업장, ‘수리수리협동조합 큐브’

  ‘수리수리협동조합’ 글씨가 커다랗게 인쇄돼 있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작업실을 찾는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수리 장인들의 작업공간, 세운 메이커스 큐브. 손님들의 추억은 이곳에서 새 단장을 한다.

세운상가 2층에 위치한 작업실 앞이다.

 

(2) 장인의 작업실을 엿보다

  이승근 수리수리협동조합 이사장의 책상에 작업용 조명이 켜진다. 드라이버를 들고 오래된 레코드판을 손보기 시작한다. 장인은 고장 난 기계의 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집중을 다 한다.

이승근 수리수리협동조합 이사장이 턴테이블을 수리하고 있다.

 

(3) 쓰는 순간, 그때 그 시절로 데려다준다

  작업실 바닥 한구석에 놓여있는 유선 헤드폰. 지금 볼 수 있는 헤드폰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헤드밴드와 케이블 잭 모두 구릿빛으로 녹슬었지만, 여전히 강렬한 색으로 빛난다.

플레이어에 케이블 잭을 연결해 사용하는 유선 헤드폰. 꼬불꼬불 두꺼운 선을 따라 소리가 흐른다.

 

(4) 돌아온 음악감상실, ‘수리수리 청음실’

  작업실에서 나와 3층과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라가다 보면 ‘수리수리 청음실’이 보인다. 청음실 밖까지 들리는 옛스러운 음악 소리가 걸음을 이끈다. 들어가 보니, 빼곡히 꽂힌 CD 케이스와 커다란 스피커가 보인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볼거리들에 눈도 즐겁다.

수리수리협동조합의 청음실임을 알리는 간판이다.

 

5평 남짓한 청음실이 멋스럽게 꾸며져 있다.

 

(5) 청음실에 나란히 전시된 레코드판들

  시대를 아우르는 레코드판이 장르별로 꽂혀있다. 맨 왼쪽 첫 번째로 보이는 장국영의 레코드판에는 ‘영웅본색’ 주제가가 수록되어 있다. 그 옆에는 ‘Hey Jude’, ‘Let It Be’가 수록돼있는 1990년도 ‘비틀스’ 레코드판이 놓여있다. 이어 패티킴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조용필 LP - 8집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보인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로 시작하는 노래의 도입부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외로운 청춘을 위로한다. 마지막은 강수지의 레코드판. ‘시간 속의 향기’, ‘흩어진 나날들’이 수록돼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스타들을 떠올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손님들이 원하는 레코드판을 쉽게 찾도록 각기 다른 색깔의 라벨이 붙어있다.

 

(6) 레코드판의 단짝, 턴테이블

  저만의 '응답하라'를 연상시키는 레코드판을 고르고, 턴테이블 위에 놓는다. 빙빙 돌아가는 레코드판 위에 살포시 바늘을 올려 놓아 보자. 노래와 함께 흘러나오는 약간의 지직거림은 그만의 감성을 완성한다. 레코드판을 들여다보니 작은 글씨로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 쓰여있다.

턴테이블 위에 레코드판이 올려져 있다.

 

강동우·김예락·문도경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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