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며 연애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머리가 아파지는 ‘사망년’이다. 어느새 대학생활의 절반이 지나고, 취업 시기는 다가오는데 내세울 것 없는 내 모습에 걱정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이런 고민조차 귀찮아 생각을 멈추고 바로 침대에 뛰어드는 게 일상이다.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내일의 일로 걱정이 앞서는 날, 신비로운 카드에 내 고뇌를 맡겨보자. 

  안암역 3번 출구의 길을 쭉 따라 걷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하얀 커튼으로 가려져  ‘open’이라는 자그마한 팻말만 덩그러니 놓인 아담한 가게가 보인다. 확신 없는 이들의 발길이 닿는 그곳은 안암동의 유일한 타로 집 ‘수비학 타로’다. 가게를 구성하는 건 빨간 천이 덮인 테이블 하나다. 세 명이면 꽉 차는 협소한 가게는 도리어 신뢰가 간다.

 수비학 타로에서는 사주 명리와 타로 운 등을 볼 수 있다. 당장의 내일이 궁금해 6개월에서 1년의 짧은 미래를 예측하는 타로를 택했다. “자, 섞습니다. 당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카드 세 장을 뽑아주세요.” 몇 번의 손놀림으로 뒤섞인 수십 장의 카드들이 탁자에 펼쳐진다. 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니 괜스레 카드를 고르는 손길도 조심스러워진다.  

 선택된 카드들이 뒤집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보인다. 타로에 그려진 그림 따라 내 운명도 그려진다. 뜻밖의 행운이 있진 않을까 괜스레 기대하며 카드를 유심히 바라본다. “지금 많이 지쳐 있네요.” 해석을 들으며 최근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지치긴 했었지.’ 과학적인 증거도 원리도 없다지만, 구구절절한 근거들을 꺼내어 증명하지 않아도 내 상황에 공감해준다는 것이 새삼 반가웠다.

  반신반의하며 점쳐본 연애운에는 뜻밖의 희소식도 있었다. “올해가 가기 전, 좋은 인연을 만날 겁니다!” 희망찬 소리에 괜히 설레기도 한다. 고작 카드 석 장으로 해석되는 운명에 암담할 것만 같았던 내 미래에 조금의 기대를 건다. 혼란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 답답해질 때 머리 아픈 고민을 가벼운 카드 한 장에 띄워 보내는 것은 어떨까?

 

유승하 기자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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