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즐겨 읽는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최승호 작가의 ‘눈사람 자살사건’이다. 작가가 상상한 장면을 글로 옮겨 쓴 것인데, 마치 눈앞에서 목격한 것을 묘사하듯 문장들이 정교함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생생하나 그렇기에 비참하기도, 아름답기도 한 시이다. 우화집 <눈사람 자살사건>은 우화집 <황금털 사자>(1997)를 2019년에 복간한 것으로 출간된 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제목이 바뀐 것은 그만큼 우화집 속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승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복간에 대한 감사함을 전함과 동시에 ‘눈사람 자살 사건’과 관련된 일화를 전한다.

  표제작 ‘눈사람 자살사건’은 우울하고 슬픈 작품이다. 그럼에도 어떤 독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를 읽은 느낌이라 했고, 어떤 독자는 ‘눈사람 자살사건’을 읽고 다시는 자살하지 않기로 했다는 긴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우울한 시지만 독자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심어주는 역설적인 시. 이 시의 독자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단락을 꼽아 달라고 한다면 단연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가 아닐까? 따뜻한 봄볕과 새하얀 눈이 공존할 수 없듯이 인간의 삶 또한 죽음과는 공존할 수 없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당연하게. 작품 속의 눈사람처럼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도 있고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는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는데 그렇다면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다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김혜원(문스대 문화콘텐츠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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