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금지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수능 문제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사전 영향 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입 수시전형 비율을 줄이고 수능 위주의 정시 입시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수능 시험의 변별력을 줄이는 것은 수험생에게 독이 될 뿐이다. ‘6교시 원서영역’이 진짜 입시라는 말이 있듯이, 원서 접수에서 눈치싸움은 수능 시험 자체만큼 치열하다. ‘물수능’처럼 변별력 확보가 안 된 입시에서 ‘원서 영역’은 전쟁터다. 결국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킬러 문항을 금지하자는 측에서 적대시하는 사교육의 또 다른 형태가 떠오르게 된다. 입시 컨설팅이 그 주인공이다. 수능을 잘 풀어내기 위한 실력을 키우려 사교육을 받던 학생들은 이제 눈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설 입시 컨설팅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수험생 시절을 돌이켜 보면, ‘킬러 문항’을 풀어내기 위해 가장 많이 봤던 자료는 1타 강사의 강의나 학원 교재가 아니라 역대평가원 기출문제들이다. 고난도로 성패를 판가름할 수준까지 가면, 기출에 어떤 원리와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사실상 공부의 전부였다. 학교 선생님이든 1타 강사든 수능을 잘 보려거든 우선 평가원 기출을 꼼꼼히 분석하라고 말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응용해내는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고득점을 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행태인지 의문이다.

  문제 난이도를 법으로 제한해 지금 수준의 공교육이 아무런 노력 없이 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입 기준이 내려오면,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진 것인가. ‘정상화’는 그 자체의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도달해야 할 수준을 낮춰서 이룬 것은 교육의 하향화일 뿐이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공교육이 도달해야 하는 목표치를 낮춘다고 진정한 ‘공교육 정상화’가 실현될 리 없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대입 자체가 아니라 인재 양성이다. 도달해야 할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그 목표에 가까이 가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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