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일기 조애중(남평 조씨)
<병자일기> 조애중(남평 조씨)

 

  조애중(曺愛重). 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조애중은 현재 전하는 한글 일기 가운데 저자가 분명한 최초의 작품인 <병자일기>를 쓴 남평 조씨이다. 본관과 성씨만 전해졌던 다른 여성들과 달리 조애중은 그 이름까지 함께 전해지고 있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중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처럼 관찬의 형식으로 작성된 방대한 분량의 일기도 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의 <난중일기>도 있다. 최근에 등재된 조선 통신사에 관한 기록 또한 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조선시대 때에 전하는 유산 중에는 관에서 작성한 일기 자료가 풍성할 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기록한 일기 또한 매우 다양하게 전해오고 있다.

  조애중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한글로 기록한 <병자일기> 때문이다. <병자일기>는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1636년 12월 5일 작자와 일행이 피난길에 오르면서부터 시작한다. 그 후 1640년 8월까지 매일의 일상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때 조애중은 63세부터 67세에 이르는 노년의 나이였다. 일기를 통해 병자호란의 와중에 겪은 피난 생활, 세자를 따라 심양으로 잡혀간 남편을 기다리며 가솔들을 이끌고 농사를 짓고 집안을 이끄는 대갓집 안주인으로서의 모습, 일찍 죽은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과 심양에 억류되어 있던 남편의 귀향에 대한 간절한 바람 등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친아들과 며느리의 죽음에서부터 가족, 친척 또는 노비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죽음과 부재에서 오는 충격과 슬픔을 일기 곳곳에서 진솔하게 토로하였다.

  조선 여성 조애중이 쓴 <병자일기>와 함께 일본 헤이안 시대에 미치쓰나의 어머니가 쓴 <가게로 일기>도 함께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두 일기는 모두 여성에 의해서 자기 나라의 문자로 쓰인 최초의 일기문학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두 일기는 주제 의식의 면에서도 유사한 점을 보인다. 두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불행의식이 관류하고 있다. <가게로 일기>에 나타난 불행의식이 남편과의 불안정한 결혼 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고뇌로부터 비롯되었다면, <병자일기>에서는 불안한 시대 상황과 자식 및 남편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으로부터 연유하였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어떤 유사한 점이 있는지를 상상하면서 읽는다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

 

정우봉 (문과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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