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2분 만에 전석 매진

개막작은 <행복의 나라로>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6일 오후 6시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됐다.

 

  “보고 싶었고, 그리웠습니다.” 전 세계 영화인의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2년 만에 오프라인 개최됐다. 영화인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며 축제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데 감격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70개국 223편의 공식 상영작과 커뮤니티비프 행사 상영작 63편이 스크린에 오른다. 올해는 뉴노멀 시대에 맞춰 OTT 플랫폼에서 공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온스크린 섹션’을 신설하고, 축제를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동네방네비프’를 기획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막선언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희망의 첫걸음이자 극복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회의 기쁨으로 가득 찬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개막 현장의 열기를 담아봤다.

 

“음성 확인하고 입장하세요”

  오랜만에 좋아하는 영화인을 마주하고, 함께 영화를 즐긴다는 소식에 많은 영화팬이 개막식 예매에 도전했다. 방역수칙에 따라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난 28일 열린 개막식 예매는 2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으며, 생중계 화면을 볼 수 있는 소향씨어터 좌석 역시 매진됐다.

  2년 만에 대면 축제를 개최하는 만큼, 영화제 측은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개막식에 입장하는 모든 인원은 72시간 내에 코로나 PCR 검사 음성을 확인받거나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난 것을 증명해야 했다. 발열 체크, 손 소독, PCR 검사 확인, 티켓 검사를 마쳐야만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 들어설 수 있다. 자리도 거리두기로 인해 옆 사람과 두 칸씩 띄워졌고, 빈 좌석은 다른 관객 대신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들의 포스터로 채워져 있었다.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얻은 소중한 표를 들고 띄엄띄엄 앉은 관객들의 눈빛에서는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느껴졌다. 서울에서 온 김은수(남·21) 씨는 “당일 새벽 겨우 취소 표를 잡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인 개막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축제를 빛내는 여러 내외빈을 만날 수 있는 레드카펫 행사로 시작했다. 각국 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이번 상영작의 감독, 배우 등 영화계 인사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관객에게 손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개막식 사회로는 배우 송중기와 박소담이 나섰고, 박형준 부산시장의 개막선언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행복의 나라로’ 초대합니다

  “바다의 도시 부산에, 선선한 가을바람에, 이 환상적인 야외극장에, 팬데믹에도 모여주신 관객분들 감사합니다. 이 완벽한 날에 제 영화 <행복의 나라로>가 문제가 될까 걱정이네요.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개막작으로는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가 선정됐다. <행복의 나라로>는 임상수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받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칸영화제가 미뤄지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영화 시작에 앞서 영화 주제가인 가수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못했지만, 발을 구르며 경쾌한 포크리듬에 몸을 맡겼다. ‘유쾌하면서 서정적인 로드무비(정한석 영화평론가)’라는 평을 받은 <행복의 나라>에서는 아름다운 한국 풍경, 따뜻한 포크송, 최민식, 박해일 배우의 열연을 만날 수 있었다. 야외극장에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은 영상 속 드라이브 장면과 맞물리며 한층 더 영화에 몰입하게끔 했고, 영화의 후반부에 다다르자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있었다.

  어느덧 밤이 돼 <행복의 나라로>의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역시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여운을 즐기기도, 다른 좌석에 있는 일행을 찾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거리두기 좌석에 있는 포스터는 여러분을 위한 선물이니, 가져가셔도 됩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랜덤으로 배치된 포스터 중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찾아 간직하려 영화의 전당을 누볐다. 나가는 길에도 틈틈이 빨간 포토월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이 순간을 기억하려 했다. 매년 마산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관람하러 온다는 50대 관객 박모 씨는 “팬데믹 상황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기대하던 작품과 개막식을 오프라인으로 관람하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개막식을 3년 만에 다시 방문한 이채연(여·22) 씨도 “영화의 전당에 사람이 들어차 활기찬 모습을 보니 설렜다”며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선 영화인들의 감격스러운 마음도 전해졌다”고 말했다.

개막식 종료 후 관객들이 거리두기 좌석에 부착된 포스터를 떼어가고 있다.

 

글 | 이성현·이현민 기자 press@

사진 | 서현주·이성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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