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론장은 중립성이 문제  

2차는 사전준비 여부가 쟁점

“이제야 터질 게 터졌다”

지난 일주일간 정경대 후문에 부착된 대자보를 통해 정외1반 학생사회 내 존재하던 담론이 학과 밖으로 등장했다. 사건의 중심에 정외1반 ‘연대 및 연서에 관한 일반규칙(연대규칙)’에 따라 개최된 두 번의 공론장이 있다. 이때 공론장이란 연대 및 연서가 제출될 경우 이를 심의하는 기구다. 연대규칙은 올해 3월 학생회장단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제정됐다. 5월에 있던 제1차 공론장 이후 학생회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지난 8월 연대규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연대규칙에 따라 9월 아프간 난민 연대를 골자로 하는 공론장이 소집됐다.

9월 30일, 정치외교학과(정외1반) 학생회(회장=이정은) 집행부 내 특정 임원들의 중립성 위반, 소집 전 사전 모의와 같은 반민주적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정경대 후문에 부착됐다. 해당 대자보는 정외1반 소속 6명이 익명으로 작성했다. 사흘 뒤 정외1반 학생회장단이 입장문을 게시했다. 회장단은 공론장 제도와 연대규칙의 제정 배경과 함께 미숙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반에 대한 피드백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6일 이승민(정경대 정외20) 씨는 학생회장단에 대한 규탄문을 실명으로 부착했다. 이승민 씨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면서 해명과 사과를 했다”며 입장문에 반박했다.

한 학생이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게재된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단의 반민주적 행위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보고 있다.
한 학생이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게재된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단의 반민주적 행위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보고 있다.

 

 

 

“의장이 중립성 안 지켜” vs “참여자 역할도 수행한 것”

대자보들에 따른 사건의 시작은 5월 22일 소집된 정치외교학과 제1차 공론장이다. 당시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고려대 쟁의대책본부 연대에 관한 건’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대표 발의는 정외1반 인권연대국장이 맡았다. 최초 대자보는 1차 공론장 의장인 학생회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대규칙의 제10조 3항은 의장이 공론장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공정하게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초 대자보 게시자들은 학생회장이 연대규칙 제10조 3항을 어기고 연대 찬성 측에 지지를 확실히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외1반 학생회장단은 입장문을 통해 “학생회장 개인의 입장을 밝히고, 사실관계를 보충해 설명한 행위는 공론장의 숙의를 이끌고자 한 의도에서 이뤄졌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외1반 인권연대국원 A씨는 “당시에는 개정 전 연대규칙을 적용했기에 의장의 역할이 기본적인 것 외에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며 “회장이 의장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참여자 1인으로서 역할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6일 이승민 씨는 “의장이 공론장 공지방에 찬성 쪽 입장 자료들만을 게시했다”며 “제가 학교 측의 입장문을 게시하기 전까지 공론장에 참여한 누구도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A씨는 “발의는 ‘나는 이것과 연대하고 싶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연대사업을 요청하는 입장에서 반대 의견도 같이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해명했다.

 

“사전에 결론을 정해놔” vs “제안하는 입장에서 책임을 다한 것”

1차 공론장 이후 7월 24일, 정외1반 학생회는 연대규칙에 대한 학생 의견을 수합했다. 그 결과 8월 24일 연대규칙 개정이 이뤄졌다. 3일 뒤인 8월 27일, 정외1반 집행위원회 인권연대국 회의가 열렸다. 최초 대자보는 “당시 인권연대국 회의에서 연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어떻게 반박할지 내부 세미나를 열어 이야기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이미 자신들의 입장을 확고히 정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학생회장단은 “해당 연대를 학우들에게 제안하는 입장에 있어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했다”며 내부세미나 진행 이유를 말했다. 이에 이승민 씨는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 모르게 진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인권연대국에서 별도의 준비를 한다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과 소집요구안에 대표발의자의 이름만 적혀있던 점을 들었다. 인권연대국원 A씨는 공지방에 소집요구안을 올리는 과정에서 소집요구인단이 작성된 마지막 페이지를 누락하는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제2차 공론장은 연대규칙이 개정됐기에, 새 제도와 개정사항을 보여주기 위해 인권연대국에서 발의했다”고 말했다. 학생회장단 역시 소집요구이유 발표와 논의 과정 중에서 해당 발의가 인권연대국 차원에서 이뤄진 발의라는 것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답했다. 이 당시 학생회장의 태도도 지적됐다. 최초 대자보 게시자 6인은 “학생회장은 인권연대국 회의에서 공론장 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학생회 내부에서도 강하게 피력했다”며 “8월 24일 개정을 통해 추가된 연대규칙 제10조 4항을 완전히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연대규칙 제10조 4항은 의장은 공론장의 숙의를 이끌고 민주적인 합의의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회장단은 모든 집행위원회를 지휘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참석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9월 17일 ‘아프가니스탄 난민과의 연대’를 주제로 제2차 공론장이 개최됐다. 공론장의 대표소집요구인은 인권연대국원 중 한 명이었다. 최초 게시자 6인은 “학생회 내부 회의에서 2차 공론장 주제를 직접적으로 제시한 사람은 대표소집요구인이 아닌 학생회장”이라며 공론장 소집 절차의 적법성을 지적했다. 이승민 씨는 “찬성 측 16인 중 16인 전원이 정외1반 집행부이며, 그중 9인이 인권연대국 소속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2차 공론장 공동 발의자 전원이 집행부가 아니다”며 “찬성자 역시 16인 중 14인만 집행부다”고 반박했다.

 

엇갈리나 쏠리는 학내 반응

정외1반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한 편이다. A씨는 “대자보 특성상 모든 부분을 담을 수 없어 오해가 생긴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집행부 운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밝힌 정치외교학과 20학번 B씨는 “만약 대자보에 쓰인 의혹이 사실이라면 집행부 차원의 적극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터질 게 이제야 터졌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정치외교학과 20학번 C씨는 정외1반 학생회의 정치적 성향이 편향됐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이번 아프간 난민 수용만큼 강한 찬반 대립이 있는 주제가 제기됐기에 이제야 공론화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정외1반 학생회의 편향성이 제기됐다. 최초 대자보 게시자들은 “신입생 새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미러링 정당화와 같은 래디컬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학생회장의 기조와 반대되는 의견은 묵살됐다”고 경험을 밝혔다. C씨 역시 “작년에 참여한 총 5회 정도의 학생회 주최 세미나에서도 학생회는 늘 하나의 입장만 반영한 발제문을 준비해 진행했다”면서도 동시에 “대놓고 반대 의견을 배척하는 분위기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대학 타과 소속 17학번 D씨는 “정치외교학과뿐 아니라 정경대 학생사회 전체의 문제다”고 주장했다. D씨는 “제가 속한 과에서는 학생회와 반대되는 의견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며 “당시에는 공론화를 하기보단 학생사회를 외면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렀다”고 말했다.

본지와의 인터뷰 마지막에 최초 대자보 게시자 6인은 “우리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은 집행부 전체가 아닌 학생회장과 집행부 ‘특정’ 임원들이다”고 강조했다. 이승민 씨는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회장단은 “공론장 제도와 같이 학생들의 의견이 모이고 논의될 수 있는 공간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공해 학생회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공론의 장의 부족한 지점을 보완하고 발전 시켜 학생회가 진정으로 모든 학생의 공동체가 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글 | 이원호 기자 onelike@

사진 | 김예락 기자 emancip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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