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최근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주변국 군비증강 소식을 듣게 된다. 호주는 9월 15일 미국, 영국과 3국 국방·안보파트너십인 일명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오커스는 최첨단 과학기술분야와 국방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까지 예고된 파격적인 안보협력체이다. 이 과정에서 호주는 잠행성과 기동성이 뛰어난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 내 핵비확산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공약한 것이라 그 반향이 크다.

  9월 28일에는 미 해군이 주관하는 대규모 해상 훈련이 오키나와 근해에서 개최되었다. 일본,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다국적 해군 훈련이었다. 먼 유럽에서 해군력을 보낸 것도 특이하지만, 더 눈에 띄는 점은 일본 해상 자위대가 이즈모급 헬기 항모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중에 F-35B 수직이착륙기의 훈련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향후 이즈모형 호위함 가가함도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호주와 일본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원거리 해군력 투사를 위한 군사력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군비증강을 위해 경항모 도입과 핵추진잠수함 사업에 힘을 기울여왔다. 경항모 사업은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지만, 핵잠수함은 미국의 반대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한 가운데 호주와 일본의 새로운 무기체계는 예사롭지 않은 소식이다. 

  미국이 자국의 군사력을 비롯해 핵심 동맹국들의 군비 증강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중국 때문이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은 무역 부문에서 시작되어 급격히 기술과 규범 분야로 확대되었다. 군사·안보 분야 경쟁은 먼 미래의 일로 생각되었지만,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열전지역에서 미 중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기존의 동맹체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지는 한편, 일본, 호주, 인도와 4자 협의체(Quad)를 강화했다. 오커스를 출범시키고 나토 주요 국가들의 아시아 지역 해군훈련을 독려하고 있다.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파트너들에게도 군비 지원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중국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과 동맹, 파트너십 체제를 재정비하여 중국의 영향권 확대를 견제하는 적극적 억제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군비 증강 역시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남중국해 군사화, 중국 자체 기술로 건조 중인 세 번째 항공모함, 미 항모 함대를 공격하는 대함탄도미사일,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전략 강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군비증강의 리스트는 길다.

  북한의 전력 증강 역시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핵, 미사일 능력은 재론의 필요가 없고, 최근 한 달 동안 장거리 순항 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지대공 미사일 등 신무기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예고한 국방력 증강 계획과 일치하는 것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최근 북한의 담화들이 남북 간의 군사력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동북아 군비 증강에 대비하는 한국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이에 균형을 맞추는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한국은 미중 전략 경쟁 속 안보전략과,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목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생존과 안보를 위해 미중 사이에서 대체불가능한 안보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해제되었고, 한국은 이후 현무 미사일, 초음속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등 성과를 연달아 거두고 있다. 미중 모두가 무시할 수 없고 양국 간 군사력 균형 유지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국방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국방력 위에 한국의 외교는 더욱 힘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력 강화는 남북관계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북한은 증강된 한국의 군사력을 보면서 핵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신무기 개발에 열을 올릴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면서 평화체제를 이루려면 상호군비통제가 불가피하다. 앞으로 한국은 남북한 신뢰 구축과 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하면서 미중 경쟁에 대비한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성공시켜야 한다.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이 한국에 또 다른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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