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에도 이면의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치솟는 집값 등 현실은 오징어 게임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집집마다 빚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전세 대출 잔액은 약 174조로, 2017년 약 64조와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2.7배 증가했다. 길어지는 경기침체에 복권을 사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복권 판매량은 2조 600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상승했다.

  문득 저주에서 출발한 안티고네의 비극이 떠오른다. 오이디푸스 왕의 딸로 집안의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 태어난 안티고네는 사랑하는 오빠를 잃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이은 비극에 처한다. 우리 사회도 저주에 걸린 걸까. 비극은 비극을 낳는다더니. 안티고네가 겪은 비극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요새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잘해보려던 마음도 다시 상해버린다. 

  그럼에도 청춘은 담보할 수 없는 성공을 좇으며 힘겹게 살아간다.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왕도인 마냥, 꾸역꾸역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려는 강박 속에 자신을 옭아맨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개발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만15~39세 남녀 900명 중 77.2%가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루틴이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공부, 재무관리 등 1인당 평균 2.2개의 루틴을 실천한다고 답했다. 나만 정체돼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보다 나아질 언젠가의 그날을 위해,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우리를 쳇바퀴 속에 가둔다.

  비극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일까. 마음도 몸도 솟아날 구멍을 찾는 청춘은 희망에 기대며 하루를 산다. 쳇바퀴를 조금 더 빠르게 굴려보면 나아지겠지. 언젠간 올 그날을 위해 잠을 쪼개보기도, 스스로를 닦달하기도 한다. “비극은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주 수업에서 지나치듯 하신 교수님의 말씀이 뇌리에 박혔다. 그래. 쉽게 바뀐다면 비극이라 부를 순 없으리라. 이제 청춘은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 해주길 입만 바라보고 있으면 바뀌는 건 없다. 머리를 맞대고 목소리를 내어 길어지는 비극을 끊어야 할 때다. 어쩌면 우리의 비극은 저주가 아닌 삶의 원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그치만 거듭되는 다짐에도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는 않는다.

 

진서연 문화부장 stan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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