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딱 10년을 채웠다. 어느새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긴 지는 오래고 잘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선망받는 위치에 서고 싶다는 야망도 여전하다. 아직 온전히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가 되었다.

  신입사원 때는 오히려 걱정이 없었다. 어차피 모르니까. 요즘은 신입사원 때보다 심한 불안감과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에서의 성공과 행복한 가정을 동시에 갖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회사에서 한 획을 그은(?) 선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그야말로 ‘일 중독’이다. 집에는 언제 들어가는지 가족은 있는지 모를 정도다. 이런 선배들과 일하다 보면 여간 멘탈이 ‘흔들리는 게’ 아니다. 선배가 집에 간다는 소리를 안 하니 나 역시 집에 가면 안 되는 건가 싶다. 억지 술자리를 갖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진다. 후배들이라고 눈치를 안 보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요즘 난 “전 이만 퇴근하겠습니다!”를 외친다. 그리고 외칠 때마다 멘탈이 흔들린다. 일찍 간다는 이유로 평판이 안 좋아질까 사회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워서다. 그래도 눈 질끔 감고 외친다.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 빼고 겨우 두세 시간 볼 수 있는 토끼 같은 딸이 잠들기 전에 가야 한다. 아이를 막 재우고 나면, 카톡방에는 서로 집에 잘 가라는 인사말들이 올라온다. 괜히 가슴 한 켠이 뜨겁고 뒤처지는 것 같다. 육아와 회사 일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면 둘 다 망쳐버린 듯한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하랴. 난 일도 좋고 가족도 많이 좋다.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행복을 찾는 엄마이고 싶다.

  아이를 낳았을 때 5년 차 위의 한 선배는 이제 생활인이 되었지만 ‘행복을 제일 1순위로 하라’는 진심 어린 편지를 주었다. ‘생활인’이라는 생소한 단어에서 생존과도 직결된 리얼라이프가 시작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과거 성공한 어른들이 말하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고 했다. 가정을 포기하거나 일을 포기해야 하는 그런 시점이 온다고.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생각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는 말보다 그 순간 가족과 진심으로 함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서도 열심히 살 것이다. 정해진 길은 없다.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 두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라 양립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흔들리며 걸어가고 있는 길에 누군가 따라온다면 혹은 같이 가고 있다면 “웰컴”이다. 그냥 그렇게, 우리는 우리 길을 갑시다!!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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