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지 못한 9개의 일상

“가식보단 배려입니다”

학운위 아카디오팀 자체제작

 

파이빌 <솔직히 말하자면,> 온라인 전시회가 10월 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열렸다. KU개척마을 학생운영위원회 아카디오팀은 “모두에게 ‘솔직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며 솔직한 것이 좋다는 통념에 물음표를 던져 솔직함의 다양한 모습을 보도록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카디오팀은 글과 함께 일러스트, GIF 이미지, 웹툰 등 다양한 형식의 에피소드 9개를 제작해 전시했다.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고민이 담긴 프롤로그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프롤로그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쌓여있는 SNS 알림 사진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마주하는 일상의 모습을 표현했다. 프롤로그 끝부분 “솔직하지 못한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나요?”의 질문과 함께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차례대로 나열된 9개의 에피소드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에피소드 화면이 나타난다. 세 번째 에피소드 <취준진담>에는 취준생의 고민이 담겨있다. 주인공은 ‘취뽀’를 하는 주변 친구들과 여전히 취업 준비 중인 자신을 비교하며 불안해한다. 예전이었다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구했겠지만, 이제는 속마음을 숨긴다. 그렇게 주인공은 애써 괜찮은 척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두 개의 휴대전화 화면이 함께 전시돼 있다. 첫 번째는 친구의 취업을 축하해주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화면이지만, 두 번째는 인스타그램 일기 계정에 불안함을 적어놓은 게시글 화면이다.

<취준진담>에 전시된 서로 상반되는 내용의 휴대전화 화면이다.
<취준진담>의 솔직하지 못했던 이유를 성분표로 표현했다.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는 현대인의 관성화된 대사다. 네 번째 에피소드 <감사합니다!>에서는 감사하지 않은 순간에도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는 직장에서 오고 가는 솔직하지 못한 메시지들을 GIF 이미지 형태로 보여줘 실시간 채팅을 연상시키며 몰입감을 더한다. 완성된 기획안을 보냈지만, 변동사항이 생겼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부장에게 주인공은 오히려 “죄송해요. 제가 얼른 고쳐서 다시 올리겠습니다!”라고 사과한다. 전시에서는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가식적이라 표현하기보다 ‘서로를 위한 배려’로 설명했다. 우리의 한 마디가 쉼 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 작은 쉼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덟 번째 에피소드 <집이 불편해졌다>에서는 따뜻한 색감의 웹툰이 인상적이다. 내용은 마냥 따뜻하지 않다. 부모의 자랑거리로 자란 주인공은 집에서 언제나 ‘밝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있다. 진로 걱정, 학점 걱정으로 불안해하는 속마음을 숨긴 채 주인공은 늘 밝고 씩씩한 척을 한다. 웹툰을 제작한 아카디오팀은 “솔직하지 않은 모습의 여러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집이 불편해졌다>를 통해서는 솔직하지 않아 힘든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웹툰의 첫 컷에는 화목한 주인공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지막 컷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기대어 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드러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회를 본 정가람(문과대 한국사20) 씨는 “스크롤 속 에피소드들이 지쳐있는 나에게 위로가 돼줬다”고 말했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스크롤을 내리면 각 이야기에서 솔직하지 못했던 이유를 표시한 성분표가 나타난다. 갈등회피부터 사회생활, 타인의식, 귀찮음까지 거짓말을 하는 여러 이유가 성분표에 담겨있다. 에필로그에서는 관람객에게 “솔직하고 싶을 때 솔직하고, 솔직하고 싶지 않을 땐 솔직하지 말자”고 당부한다. 전시는 거짓을 말하며 불안과 불편을 느꼈을 현대인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글|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 제공|KU개척마을 학생운영위원회 아카디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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