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와 ‘레트로’. 오래된 것들에 붙는 매력적인 수식어다. 낡고 오래된 것들은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동경하게 만들며 호기심을 자극하곤 한다. 수십 년 전 탄생한 노래나 영화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일까. 촌스러운 것들에서 느껴지는 허름한 낭만엔 그것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회기동 골목에 위치한 LP 바 ‘LP 뮤직’은 이러한 ‘빈티지함’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삐걱거리는 문을 열면, 오래 묵은 공기 냄새와 음악으로 메워진 반지하의 공간이 나타난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영업을 시작한 1999년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됐다. 가게 한쪽에 놓인 선반은 사장님이 10대 때부터 30여 년 이상 모아 온 LP들로 빼곡히 차 있다. 벽을 장식하는 얼룩덜룩한 문양부터 엔틱한 가구, 소품 하나하나 사장님의 손길이 닿았다. 벽면에 붙어 있는 옛 밴드의 사진과 공연의 오래된 포스터들엔 지나간 시절의 낭만도 함께 묻어 있다.

  손글씨가 바래진 LP 모양의 메뉴판엔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와 함께 건어물, 계란말이 등의 안주가 적혀있다. 손님들이 주로 찾는 건 무엇보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다. 술을 주문하면 프레첼 과자와 견과류가 담긴 간단한 안주가 함께 나온다. 씁쓸한 과일향이 입에 맴도는 생맥주 한 모금을 머금으면 저절로 말문이 트인다. 대화 소리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지글거리는 음악소리가 함께 어우러진다. 재즈, 록, 포크송 등 다양한 장르의 옛 노래에 술의 풍미도 더욱 깊어진다. LP를 직접 골라 흥미가 가는 노래를 찾아 듣는 재미도 있다. 

  벽에 적힌 낙서에선 가게를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쓰여있는 날짜와 연도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이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다. 저마다의 기억이 담겨 있기에 공간의 낡음이 더욱 아름다운 이곳 LP 뮤직에서 술과 음악 그리고 낭만을 나눠보면 어떨까.

 

이주은 기자 two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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