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 고려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
김용신 고려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

  최근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의 제약으로 인한 가전·전자제품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이를 위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상대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을 위해 기존의 전자제품용 반도체 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어, 세계적인 공급망 악화로 인한 수급 및 생산차질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인텔 CEO인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지난 2021년 9월 차량용 반도체 공장 증설에 집중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투자 계획은 아직까지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차량용 반도체가 동작 환경, 안정성 등 더 높은 생산기준을 맞추어야 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인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반도체 칩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메모리나 CPU, 그리고 AP 등 소품종 대량 생산에 적합한 반도체 칩들은 8인치 웨이퍼에서 12인치 웨이퍼로 공정을 이전하여 생산능력 증대와 가격절감의 이점을 취해 왔다. 이로 인하여 8인치 웨이퍼 공정에 대한 투자가 적어져 이에 적합한 반도체 생산능력도 낮아지게 되었다. 

  2020년 후반기부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다양한 반도체가 요구되고,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와 겹치면서 8인치 웨이퍼를 통한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해 전력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구동 칩 및 각종 센서 등은 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 공정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및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계는 이에 발맞추어 8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8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의 전용 장비의 생산이 많지 않아 장비 가격의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차량용 반도체 부품 장비관련 통관을 빠르게 하고 R&D 기술 상용화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SK Hynix와 삼성 같은 반도체 생산 기업과 국내 대학을 연계한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을 지원하여 반도체 설계 인력의 질적 향상과 양적 증대 모두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학계와 연계되기 위해서 좀 더 세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정부의 R&D 지원이 학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반도체 제작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을 통한 MPW(multi-project wafer) 제작비 지원 등 많은 칩제작 기회가 학계에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칩제작은 설계부터 제작과 칩 수령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 R&D 과제를 통하여 칩 제작시 과제 기간 내에 제작된 칩을 수령하지 못할 경우 책임교수 개인이 모든 재정적·행정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파운드리 수요가 늘어나 반도체 제작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러한 문제는 심화 될 수 있어 전공 인력의 제작 경험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행정의 간소화이다.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지출에 대한 다양한 서류를 갖추어야 한다. 행정인력이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이 아닌 경우 대부분 이런 작업은 교수나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이 부담하게 된다. 이보다는 미국의 grant 형식의 과제와 같이 행정을 간소화하고 연구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질적 향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반도체 설계 교원 확충이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해 계약학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자 한다. 일례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및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당하기 위한 적절한 교원의 확충 없이 기존 교원들에게 새로운 교과목에 대한 수업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지원 계획을 공고히 하여 교육과 연구의 질을 모두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자동차 생산차질로 인해 반도체의 중요성이 또다시 부각되었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상호이해와 협력 속에 지금의 위기를 반도체분야의 산업적·학문적 발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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