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한 문자를 만들어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전 세계에서 문자와 관련된 날을 국경일로 삼아 기념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다른 나라들은 문자와 관련된 날을 국경일로 삼아 기념하는 것 자체를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문자를 기념하는 날을 제정하려면 고유의 문자를 가져야 하는 데다가 그 문자가 국가의 경사가 될 만한 이유나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한글날이 더욱 특별해진다. 특별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오늘은 서재에 꽂혀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개하려 한다. 책의 표지에는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 책은 주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불린다. 문자의 창제 원리와 문자를 부려 쓰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해례(解例, 해설과 예시) 편’이 없는, 같은 이름의 책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예의편과 해례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의편은 세종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으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國之語音異乎中國’으로 시작하는 세종이 직접 쓴 서문과 ‘ㄱ牙音如君字初發聲’으로 시작하는 간략한 설명 부분이다. 한글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 각 글자가 어떤 소리를 갖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한편, 해례편은 한글 창제의 놀라운 원리가 아주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 부분이다. 해례편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한글이 어떤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대한민국의 보물을 넘어 인류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 책이 1962년 12월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데 이어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다. 사실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데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공이 크다. 전형필 선생은 세종실록의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재를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1940년대 큰돈을 주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입수한다. 그리고 일제의 눈을 피해 책을 지켰다. 또, 한국 전쟁 동안에는 피난을 떠날 때 이 책을 가장 먼저 챙겼고 소중히 지니고 다닌 끝에 전쟁의 화를 피해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지켜낸 인류의 유산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고 한글날을 맞이해보자. 다양한 번역본이 나와 있으니 한문을 몰라도 괜찮다. 575년 전 한글 창제를 주도한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맞이하는 한글날은 분명 더욱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신지영(문과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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