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1면은 언론사의 얼굴이자 강력한 메시지 창구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변해온 종이 신문은 저마다의 1면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창간호부터 시작해 지난 74년간의 1면 형식의 변화 양상을 살펴봤다.

 

  종합 기사가 담긴 1면에서 시작

1947년 11월 3일 창간호는 국내 종합일간지가 주로 사용하는 대판 판형의 2분의 1 크기인 타블로이드판이었다. 최초의 제호는 정병환(법학과 46학번) 동인이 도안해 지령 19호까지 유지됐다. 이후 지령 21호에 이르러선 ‘민족문화재 해외반출’ 사설 사건으로 당국으로부터 무기 정간처분을 받았다. 1953년 제2공화국 당국은 일간지 외에는 신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구실로 발행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고대신문은 지령 25호부터 '고대신보'로 제호를 바꿔 발행한다. 이후 1960년 4월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뒤 지령 247호(1960년 7월 2일 자)부터 고대신문으로 돌아왔다.

  당시의 신문은 어미와 부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어를 한자로 표기했으며, 일본식 신문 편집 방식의 영향으로 우측 상단부터 쓰는 세로쓰기 방식을 사용했다. 1954년까지 1면은 정해진 형식 없이 보도, 기획, 칼럼 등 신문에 쓸 수 있는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담긴 형태였다.

1947년 학생의 날에 창간된 고대신문 지령 제1호(1947년 11월 3일자)
고대신보로 제호가 변경된 지령 제30호(1953년 7월 1일자)

 

  학술과 저널리즘의 조화

  고대신문은 1956년 지령 100호(1956년 4월 16일 자)에서 권위 있는 교수의 논문을 1면에 소개하는 권두논문제를 실시했다. 권두논문제를 제안한 당시의 오주환 주간은 “주간지가 일간지처럼 1면에 보도기사를 할당하는 것은 뉴스로서의 가치가 반감되는 것”이라며 “일간지의 모방에서 벗어나 고대신문만의 편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동기를 밝혔다. 권두논문은 1996년 1239호까지 1면을 지키며 고대신문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타 대학에 영향을 주어 권두논문제를 채택하는 대학신문이 줄지어 탄생하기도 했다.

  권두논문과 함께 지령 100호에는 사설과 기자들의 익명 칼럼인 상아탑이 1면에 고정됐다. 이후 교수 칼럼인 진홍색지대, 본교생 칼럼인 우리 세대의 발언, 대학사회 만평, 카메라사계 등이 1면에 자리했다. 고대신문의 최장수 칼럼인 은 지령 303호부터 1면에 배치돼 2004년 1470호까지 1면을 지켰고, 올해도 59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1984년 지령 974호(1984년 7월 9일자)부터 고대신문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당시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등에서는 스포츠나 문화면에 가로쓰기를 부분적으로 도입했지만, 세로쓰기의 편집 원칙을 고수한 채 글자만 가로로 배열했다. 고대신문은 이와는 다른 독자적 편집 원칙을 구성하기 위해 전면 가로쓰기로 개편했다. 당시 고대신문의 가로쓰기 편집은 신문학 교수들로부터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제호도 가로쓰기에 적합한 가로 형태가 됐으며, 1면에 주요 기사를 소개해 독자들에게 더 읽기 편한 신문을 만들었다. 김우철(사학과 83학번) 당시 편집국장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학보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며 “시대를 앞서간 개편으로 학보사뿐 아니라 기성 언론계에도 영향을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대신문의 영문 명칭도 The Korea University Press에서 The Korea University Newspaper로, 이후 1986년부턴 The Korea University Weekly로 바뀌어 1면에 표기된다.

'국영기업의 경제적 독립화’ 논문이 지령 제130호(1957년 2월 4일자) 1면에 소개됐다.
전면 가로쓰기로 전환한 지령 제974호(1984년 7월 9일자)

 

  독자의 관심사에 집중

  1995년 지령 1240호(1995년 8월 28일 자)에서 고대신문은 지면을 전면 개혁했다. 당시 편집진은 각기 다른 주제의 학내 뉴스와 국내외 시사 문제를 나열하는 방식은 독자들의 심층적인 정보 욕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대신문은 독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학내외의 아이템을 매호별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주제탐구형 신문으로 변신했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박태수(지리교육과 93학번) 동인은 “39년간 1면을 지켰던 권두논문제를 폐지했다”며 “고대신문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동인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1면에 고대생 의식조사 등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신선한 아이템을 가져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제호 역시 정사각형 모양으로 변화했으며, 1997년 지령 1291호(1997년 5월 12일 자)부턴 1면과 12면이 컬러로 제작됐다. 이는 나날이 증가하는 정보들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령 1458호(2003년 9월 1일 자)부터 고대신문에서는 1면을 보도면으로 편성해 학내 사안을 다뤘다. 2004년 1470호(2004년 2월 25일 자)부터 주제탐구가 폐지됐고, 2007년엔 고대신문의 활자와 행간을 조정하고 동시에 크림슨색 레이아웃을 활용했다. 2011년 2월부터는 지면을 대판보다 30%가량 줄어든 현재의 베를리너 판형으로 변경해 가독성을 높였다. 2017년에는 지면안내가 1면 상단 가로로 들어서며 지금의 1면 모습을 갖추게 됐다.

주제탐구형신문으로, 최초로 컬러 발행된 지령 제1291호(1997년 5월 12일자)
보도 중심의 1면으로 거듭난 2006년 지령 제1541호(2006년 9월 4일자)
활자와 행간, 레이아웃이 바뀐 지령 제1567호(2007년 9월 3일자)
현재의 모습인 지령 제1925호(2021년 5월 10일자)

 

글│김민재 기자 flowerock@

사진│고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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