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인류의 역사 속에서 대학은 학문의 중심으로 기능해 왔으며,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동력을 제공해 왔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상의 요람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견인하여 문명의 변화를 선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 대학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 되고 있다.

  분명한 점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며, 대학도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는 대학의 구조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AI)의 발달과 메타버스의 활용 등은 대학을 포함한 인류의 생활 방식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효를 미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대학의 활로는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이며, 수많은 대학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21세기를 버텨낼 수 있는 대학의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와 학생, 재정이라는 대학의 3요소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았다. 뛰어난 교수진과 우수한 학생들, 그리고 충실한 교육여건을 가능케 하는 재정의 확보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그렇다면 한번 명문대학으로 자리 잡으면 그 상태가 항상 유지되는 것일까?

  확실히 국내 대학 서열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QS 평가 등에서 나타나는 (국내 대학들을 포함한) 세계 대학 순위의 변화는 매우 크다. 이러한 가시적인 순위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대학의 평판보다는 교수들의 연구업적, 졸업생들의 취업률 및 사회 내에서의 성공도 등과 같은 대학의 성과들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즉, 국내 대학 서열의 변화가 어려운 것은 대학에 대한 평판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지만, 대학의 성과는 매년 바뀌고 있기 때문에 QS 평가 등의 순위는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1년 단위의 단기적인 평가가 아닌 10년, 20년 동안 누적된 평가일 경우에는 결국 대학의 평판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학과 비교할 때, 자본과 기술, 노동이라는 경제 3요소에 의해 영향받는 기업들의 부침은 더욱 뚜렷하다. 대기업이 자본과 기술, 노동에서 모두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예도 많고, 중소기업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성장한 사례들도 무수히 많다. 또한, 일본 ‘소니’의 몰락이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경제 3요소 이외의 변수들이 적지 않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했는지의 여부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고려대학교의 경쟁력은 어떤가? 훌륭한 교수진과 우수한 학생,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통해 명문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더욱이 21세기의 격변 속에 도태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까?  

  지피지기의 관점에서 경쟁 대학과 비교한 고려대학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교수진과 학생의 우수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고려대학교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학내 구성원들의 끈끈한 정과 단합력이며, 이를 통해 고대 교우회는 해병 전우회, 호남 향우회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마피아의 하나로 지칭되기도 한다.

  반면에 단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변화에 대한 대응이 빠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인천 송도 캠퍼스의 경우처럼 발 빠르게 대응하려고 서두르다가 오히려 자충수에 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만, 격변의 21세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존립의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향우 우리 대학의 미래에 어떤 변수들이 발생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려대학교가 대학다운 대학,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으로 남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변화와 혁신의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과 합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할 때, 고려대학교는 더욱 멀리, 크게 보며 더욱 발전된 내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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