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 앳 어 타임> 

 

별점: ★★★★★

한 줄 평: 오늘날에 특히 소중한,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이야기


  <원 데이 앳 어 타임>을 직역하면 하루하루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알바레스’라는 한 가족의 하루하루를 모아놓은 시트콤이다. 우리 인생을 생각해보면 인생은 결국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리고 우린 이 하루들이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독립된 점이라기보다 인생이라는 아주 긴 선을 간신히 따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의 하루는 어쩌면 단 ‘하루’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삶을 꽤 멋지게 꾸려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작품은 잊고 있던 하루하루의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면서 잊을 수 있는 가족이라는 개념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 지친 삶을 버티게 해줄 원동력일 수도 있고, 마냥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근본일수도 있고,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존재일 수도 있고,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가족은 복잡한 공동체다. 피로 맺어진 관계는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되고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하는 계기이자 부담을 주고받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원데이 앳 어 타임>에 등장하는 알바레스 가족은 개성 있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갈등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서로를 속이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겪은 일을 가감 없이 얘기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지언정 절대 회피하지는 않는다. 알바레스 가족에 속해있다는 감각은 그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는데, 그 이유는 이 가족이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 가족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머니 ‘리디아’는 일찍 할아버지를 떠나보냈지만, 아침마다 할아버지 사진에 대고 쾌활하게 인사를 건네며, 춤을 좋아하고 가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족은 최우선으로 여긴다. 엄마 ‘페넬로페’는 아빠 ‘빅터’와 일찍 이혼했으며 군인 출신이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군인 출신임을 쉽게 드러내지는 못하는데, 말하기의 경험을 박탈당하고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탓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 딸 ‘옐레나’는 자칭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으로 환경과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다. 아들 ‘알렉스’는 할머니에게 ‘파피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지만, 피부색 탓에 인종차별을 종종 겪는다. 캐릭터 구성을 보면 누군가는 정치적 올바름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며, 드라마는 드라마여야지 다큐멘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특히 보편적인 인간상이 등장해야만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통념과 반대로 우리는 새롭게 등장한 그들을 보며 더 깊이 있는 해석과 공감을 할 수 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질문을 머릿속에 담고, 접해본 적 없는 장면을 마주하면서 느껴지는 신선함에 정신이 쏙 빠질 것이다. 

  이 작품은 마냥 웃고 울게만 해주는 시트콤이 아니라, 가족과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본능을 핑계로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작품은 얼마나 소중한가? <원데이 앳 어 타임>과 함께하는 데에 시간을 쓴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임예영(미디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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