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독회로 독자와 소통하는

나선계단 위 자리한 시집서점

 

동양서림 구석에 있는 나선형의 노란 계단을 오르면 ‘위트 앤 시니컬’로 갈 수 있다.
동양서림 구석에 있는 나선형의 노란 계단을 오르면 ‘위트 앤 시니컬’로 갈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혜화동의 동양서림. 동양서림 2층에는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자리잡고 있다. 출판 편집자로 일했던 유 시인은 창작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 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자 서점을 열었다. 서점의 이름은 대화 중 나온 ‘위트 있는 시인’을 한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라 부르면서 탄생했다. 유 시인은 “내가 의도한 것과 독자가 받아들이는 것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 시의 매력”이라며 “그런 이유에서 ‘위트 앤 시니컬’을 시집 서점의 이름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동양서림 구석에 있는 나선형의 노란 계단은 ‘위트 앤 시니컬’의 유일한 입구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오르다 보면 시집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책꽂이에는 1500여 권의 시집이 꽂혀 있다. 책꽂이를 향해 걸려 있는 여러 개의 조명은 아늑한 느낌을 주고, 난방이 잘 돼 있어 초겨울 추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에게 온기를 제공한다. 막연히 시가 읽고 싶은데 아는 시인이나 시집이 없어도 괜찮다. 책장 곳곳에는 추천 시집과 그 이유가 담긴 포스트잇이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시집은 보물, 그리고 축복. 언젠가 필요할 거예요. 데려가세요.” 신해욱 시인의 <생물성>을 소개하는 문구다.

 

서점 주인의 시집 추천사가 서점 곳곳에 붙어있다.
서점 주인의 시집 추천사가 서점 곳곳에 붙어있다.

  마음에 드는 시집을 골랐다면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시를 감상해보자. 나선계단 하나 올랐을 뿐인데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온 것 같다. 난방기 앞에 달린 풍경(風磬) 소리도 이따금 경쾌하게 들려온다. 한참 시를 읽는 데 집중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시를 사랑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서점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소리다. 

 

사가독서에서 시 창작 강의와 시 낭독회 등 위트 앤 시니컬 자체 기획이 열리기도 한다.
사가독서에서 시 창작 강의와 시 낭독회 등 위트 앤 시니컬 자체 기획이 열리기도 한다.

  서점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사가독서’라는 공간이 나온다. 평소에는 독자들이 자유롭게 시를 읽는 공간으로 쓰이는 이곳은 이따금 시인과 독자를 잇는 가교가 된다. 사가독서에서 시인들은 시 창작 강의를 열고 시 낭독회를 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독자들과 시를 나누려는 시도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위트 앤 시니컬’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시를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콘텐츠로는 두 명의 시인들이 시를 읽어주는 ‘십만이와 시인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 애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초대석’ 등이 있다.  

  다양한 행사와 유튜브 운영은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들어 쉽지 않다. 하지만 유 시인은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시도하는 것을 즐긴다”며 “작은 서점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나서서 해보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글 | 조은진 기자 zephyros@

사진 | 조은진·강동우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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