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눈높이에 맞는 도서 추천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

 

삼청동 골목길 중턱에는 새하얀 과학전문서점 '갈다'가 있다.
삼청동 골목길 중턱에는 새하얀 과학전문서점 '갈다'가 있다.

  서울 삼청동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새하얀 과학전문서점 ‘갈다(Galdar)’와 마주하게 된다. 갈다는 갈릴레이와 다윈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일구다, 갈고닦다’라는 사전적 의미도 지닌다. 천문학자인 이명현 대표를 중심으로 과학자, 작가 등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과학을 대중화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책방 앞 담장에는 책, 차, 강연이라고 쓰인 메뉴판이 붙어있다. 서울의 달 그레이, 비포 선셋, 스페이스 오디티. 차 이름부터 과학전문서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담장을 지나 입구로 들어가면 ‘갈다 기획 프로그램’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책꽂이가 가장 먼저 보인다. 책꽂이 정중앙에 놓인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이곳의 주요 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는 독자와 함께 <코스모스>를 읽는 북토크다. 기획전 책장 옆으로 넘어가면 ‘갈다가 주목한 신간들’이 전시돼 있다. 각각의 책에 작은 종이가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작품 평점 ‘잘 읽힘 4.5, 흥미 4, 배움 4, 감동 4’. 매달 과학 신간 도서를 검토하고 추천하는 ‘갈다’의 신간선정위원회는 올해 10월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을 추천했다. 

  카운터 바로 옆은 독서를 위한 휴식 공간이다. 앉은뱅이 의자 몇 개와 함께 어린이용 과학책이 나란히 놓여있다. 고대 암호부터 현대 암호까지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는 <그래서 암호가 필요해>, 과학적 호기심이 넘치는 어린 과학자들을 위한 <보글보글 STEAM이 넘치는 초등 과학 실험 50> 등 다양한 주제와 화려한 그림을 가진 과학책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식 공간에서 나와 시선을 돌리면 쌓여 있는 작은 배지들이 눈에 보인다. 고급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을 개발한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그레이스 호퍼,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마리암 미르자하니 등 과학사에 기여한 여성 과학자들을 기리는 배지다. “수많은 여성 과학자가 세상을 바꿨습니다. 애정하는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여성 과학자를 찾아보세요.” 배지가 담겨있는 상자에 공들여 쓴 손글씨가 눈에 띈다.

 

'갈다'에는 다양한 종류의 과학 서적들이 구비돼있다.
'갈다'에는 다양한 종류의 과학 서적들이 구비돼있다.

  손글씨에서 시선을 돌려 둘러본 서점 내부는 비교적 한적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과학을 좋아하거나 갈다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갈다에서 일하고 있는 김가묵(여·34) 씨가 말했다. 실제로 서점에서 만난 A 씨는 “삼청동에 좋은 서점이 있다고 들어서 검색해서 찾아왔다”며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교양과학서적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갈다 2층에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작가의 방'이 있다.
갈다 2층에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작가의 방'이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특별한 공간을 볼 수 있다. 그곳에는 ‘작가의 방’이 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여러 과학책들이 꽂혀있고 책상이 준비돼 있다. 작가들은 공간 예약 후 자유롭게 그곳에서 글을 쓰고 독자들과 소통도 할 수 있다. 프론트에 문의해 작가의 예약 일정을 알게 돼 방문한다면 미니 팬미팅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의 방 맞은편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고, 그 앞에서 간단한 책 전시가 진행중이다. 갈다에서 11일, 12일 이틀에 걸쳐 비대면으로 진행한 ‘기본소득이 과학에게 묻다’라는 강연을 보충하기 위한 책들이다. 강연 신청자들 중 책방에 방문해 전시를 본 사람들에게 원하는 책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지하 1층은 행사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다양한 음향 설비와 책상들이 놓여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행사는 계속 기획하고 있기에 지하 1층에 강연자와 갈다 구성원들이 최소한으로 모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대면 행사의 활력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죠.” 어려운 시국이지만 갈다 구성원들은 그들의 책방이 과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사랑방이 되기를 기원하며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글 | 조은진 기자 zephyros@

사진 | 조은진·강동우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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