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풍경 주목하며

자연의 소중함 일깨우는 전시

 

  “조용한 도시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예술가를 초청하라.” 2021 아트프라이즈 강남 전시가 지난 4일 개최돼 14일까지 이어졌다. 올해의 주제는 ‘지구를 살리는 착한 예술’이다. 예술가들의 상상을 통해 지구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을 전시한다.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강조하는 착한예술은 자연과 환경을 존중하는 예술작품을 의미한다. 경연대회 공모작으로 906개의 작품이 접수됐고 그 중 98개가 최종경연에 올라 시민들을 만났다. 행사가 한창이던 지난 8일, 아트프라이즈 강남 전시장을 찾았다. 스탬프 투어판을 손에 들고 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한 14개의 가구점을 찾아 논현동 가구거리 곳곳을 누볐다.

 

'불특정 공간' -석정인 作
'불특정 공간' - 석정인 作

  노란빛 예술 품은 가구거리

  논현역 8번 출구에서 나오자 한창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낙엽 사이로 펄럭이는 샛노란 아트프라이즈 강남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줄지어 나란히 선 현수막을 따라 걷다 보니 이내 첫 번째 전시장 대림 디움 건물이 나타났다. 욕실과 주방 가구들이 늘어선 공간 사이로 작품이 자리한다. 가로, 세로 2m에 가까운 캔버스의 작품이 가구점 복도 벽을 가득 메웠다. 석정인 작가의 ‘불특정 공간’은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으로 자연의 생명력과 더불어 공생하는 인간의 형상이 흡수된 풍경을 담아냈다. 이날 전시회장에서 만난 석정인 작가는 “예술을 통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하고자 작품을 제작했다”며 “작품 ‘불특정 공간’을 통해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성찰적 시선과 환경 변화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대림 디움에 이어 나난 작가의 특별전이 기획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 쇼룸을 찾았다. 나난 작가의 ‘가을아, 천천-히 Fall, Slooow-ly’ 특별전은 지구온난화로 짧아져 버린 가을을 잡아두고자 종이로 들판의 벼와 감, 낙엽을 제작한 가을 풍경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 쇼룸에 옮겨왔다. 전시장 2층, 천장에서 떨어지는 낙엽들은 통창 너머 울긋불긋한 거리 단풍들과 어우러져 서로 다른 계절이 교차할 즈음 고요하게 달라지는 온도와 색채를 전한다. 

 

  작품 통해 환경의식 일깨워

  큰길 신호등을 건너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로 자리를 옮겼다. 평일 점심이라 한산했던 거리와 달리 전시장 안에는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전시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김미애(여·41) 씨는 하이경 작가의 ‘숲의 화실’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초록색 색채감이 가득한 작품을 보니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말했다.

 

'숲의화실'-하이경作
'숲의 화실' - 하이경 作

  함께 전시장을 찾은 신은경(여·29) 씨는 ‘Plastic cups chair 01’에 집중했다. 배태열 작가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 컵을 다리삼아 의자를 제작했다.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카페에서 무심코 사용했던 일회용 컵들이 떠오른다”고 밝힌 신은경 씨는 “주제 ‘지구를 살리는 착한 예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트프라이즈 강남은 전시된 98개 작품 중 관람객들의 투표로 Top 10 작품을 추리고 전문심사위원의 최종심사를 거쳐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4편을 선정한다.

 

'Plastic cups chair 01' - 배태열 作
'Plastic cups chair 01' - 배태열 作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옆, 노랑 외벽으로 장식된 아트관은 1,2층이 모두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아트관 건물의 문을 열자 카펫 대신 바닥을 장식한 은행나무 낙엽 냄새가 코를 스쳤다.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 소리와 함께 들어서니 김물길 작가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림展’ 특별전 시가 한창이었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김물길 작가의 작품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프레임과 한지 위에 올려진 그림이 어우러져 자연과 사람의 교감을 표현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에코백과 마스크를 활용한 페인팅 체험장이 마련됐다. 알록달록한 색의 물감을 에코백에 칠해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할 수 있다. 

  아트관 2층은 29개의 작품이 배치돼 온전히 작품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계단을 오르자 이규황 작가의 ‘월E 사운드 1호기’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와 물소리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인 쓰레기 청소 로봇 월E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은 차를 담았던 스틸캔 용기 몸통에, 스피커와 조명을 탄산수 유리병으로 감싸 두 눈을 장식했다. 음의 강약에 따라 눈과 코에서 빛이 흔들리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자원 재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회장의 작품들은 환경오염으로 암울해진 디스토피아를 그리기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전시장 구석에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던 박진규(남·25) 씨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예술가에게는 작품 창작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문화생활의 기회를, 논현동 가구거리에는 관람객들의 방문으로 활기를 준 아트프라이즈 강남. 이곳에서는 일상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며 작품을 통해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월E 사운드 1호기(업사이클링 블루투스 스피커)' -이규황 作
'월E 사운드 1호기(업사이클링 블루투스 스피커)' -이규황 作

 

장예림 기자 ye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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