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의 시작으로 급작스레 늘어난 술자리. 학생들의 약속장소는 대부분 안암동 참살이길이 중심이다. 늘어난 인원만큼 시끌벅적한 자리를 마치면 찾아가는 2차 장소가 있다.

  고대 사거리에서 정릉천을 향해 걸어 내려오다 좁은 골목으로 빠지면 충주집이 보인다. 제기떡방앗간, 간판 없는 청과점 등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게들이 늘어져 있다. 이전에는 제기시장골목이라 불렸지만, 2016년에 제기시장이 사라지면서 이 이름은 잊혔다. 충주집 옆으로 형제집, 대성집도 줄을 잇는다. 가게들의 대표 메뉴가 모두 닭곱창인 탓에 이 골목을 고대 닭곱창 골목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충주집의 주인할머니는 자신이 닭곱창 골목의 터줏대감이라고 자신한다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는 형제집이지만 주인이 바뀐 적이 있다. 예전 형제집 주인장의 여동생이었던 김양순(·72) 씨가 지금의 충주집을 연 것은 1982년이다. 각종 프로그램의 빛바랜 출연사진들이 그 역사를 증명하듯 가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충주집의 벽면은 교우들의 손글씨로 빼곡하다. 2006, 지금의 자리로 이사 온 후 도배 한 번 하지 않고 옛 추억을 그대로 담아두었다. 최근에는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던 데이브 추프랑스 감독의 차기작 <no return>의 촬영 장소로 쓰였다. 한국계 프랑스인이 모국에 방문해 친모를 찾는 이야기를 담으려는 감독이 충주집의 분위기에 반했다고 한다.

  오후 9시가 넘어가자 가게는 고대생과 학창 시절을 추억하는 교우들로 가득 채워졌다. 물론 단골손님들이 충주집을 꾸준히 찾는 데에는 그 정겨운 분위기가 전부는 아니다. 가게의 간판메뉴인 닭곱창은 쫄깃한 식감과 칼칼한 맛에 묻어있는 깻잎 향이 일품이다. 자리에 앉으면 서비스로 나오는 시원한 동치미 국수는 다음날 숙취가 올라오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졸업 후 오랜만에 가게를 찾았다며 인사하는 손님을 주인할머니는 포옹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고대인이 추억하고 사랑하는 정이 느껴지는 곳. 술집에서 흔하게 들리던 노랫소리가 없어도 사람들의 말소리에 흥이 오른다. 한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변치 않고 이 자리를 지켜주는 가게가 고맙다.

 

장예림 기자 ye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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