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하천 건천화 해결에 도움

하천 정비에 친환경 재료 사용

자연 생태의 소중함 공감해야

 

  고려대 근처에 위치한 정릉천과 성북천은 자연 그대로의 하천이 아니라 복원사업을 통해 조성된 곳들이다. 1970년대부터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국내 곳곳의 하천이 오염되자 정부는 1987년부터 ‘오염하천정화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의 하천사업은 오염된 수질 개선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 시기의 하천 관리는 각 하천의 고유한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수질 관리에 그쳤다.

  2010년 정부가 하천 관리사업을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명명하면서 하천 관리의 방식이 변화했다. 단순한 수질 개선에 그치지 않고 옛 하천이 가지던 생태 환경으로 복구하는 형태로 복원사업의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또한, 도심지역에서는 콘크리트로 복개된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곳에 휴식, 운동 등이 가능한 친수 공간도 마련해 하천의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문화적인 가치도 되살리고자 하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오염된 하천을 복구하는 것부터 여가 공간을 만드는 것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우효섭(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자연 상태와 흡사한 하천부터 청계천처럼 인위적으로 조성된 하천까지 다양한 하천복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천 생태계 회복 위한 복원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10년 발표한 국내 도시하천 건천화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건천화 비율은 30.6%로 나타났다. 하천의 건천화는 하천 유역에서 지하수가 침투하기 쉬운 지층이 줄어들어 유량이 감소하는 현상으로 급격한 도시화,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때문에 도심지에서는 건천화된 하천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이런 건천화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08년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물들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재료와 공법을 사용해 덕풍천의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질은 2008년 기준 2급수 수준인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5.2mg/L에서 2010년, 1급수 수준인 1.0mg/L로 개선됐으며 유량 역시 전보다 13배나 증가했다. 특히 유량이 많이 늘어난 탓에 상류에 진행되던 건천화의 우려도 사라졌다. 하남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생태공법이라고 해서 기존 콘크리트로 하는 하천 토목공사에 비해 크게 복잡하거나 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안양천의 대표적 지류인 학의천의 2020년 전경
안양천의 대표적 지류인 학의천의 2020년 전경

  경기도 안양천 역시 앞서 언급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때는 하수도보다 더러운 물이 흘렀던 안양천은 현재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하천유역엔 농구장 같은 체육시설 대신 건천화 방지를 위한 억새와 습지 등이 조성됐다. 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 등의 양서류, 천연기념물인 원앙을 비롯한 새들과 각종 어류 및 수생식물이 안양천으로 돌아왔다. 안양천생태이야기관에서 생태강사로 일하는 배소영 해설사는 “하천에 돌아온 몇몇 동식물을 통해 하천 생태계가 어느 정도 회복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양천의 생태 회복을 상징하는 것은 바로 물총새다. 여름 철새인 물총새는 안양천의 생태계가 회복된 뒤 이곳에서 다시 번식하기 시작했다. 배소영 해설사는 “물총새는 번식을 위해 흙벽을 1m 이상 파고 들어가서 알을 낳는다”며 “예전 하천 콘크리트 벽이었다면 절대 번식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1977년 안양천 대홍수로 수해를 입은 현장을 복구하고 있다.
1977년 안양천 대홍수로 수해를 입은 현장을 복구하고 있다.
안양천 강변에 조성된 습지에서 아이들이 뜰채로 생물을 채집하고 있다.
안양천 강변에 조성된 습지에서 아이들이 뜰채로 생물을 채집하고 있다.

  하천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것이 복원사업의 주된 목표이지만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천의 경우 본래의 자연성을 완전히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우효섭 교수는 “자연 하천에 비해 종 다양성 등의 요소는 부족할지라도, 생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하천을 도심 한가운데 만드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콘크리트로 덮여 도로 위에는 200개가 넘는 카센터가 자리하고 아래에는 하수가 흘렀던 부천시 심곡천은 하천 복원사업이 완료된 2017년 이후 식생이 자라나는 하천이 된 동시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번화가로 재탄생했다. 복개됐던 하천이 열리고 도로 폭이 줄어든 탓에 카센터들은 문을 닫고 그 자리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섰다. 이렇게 변화한 심곡천은 현재 ‘부천의 청계천’으로 불 린다. 이주석(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심곡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하천 복원사업의 편익을 계산한다면, 이를 효율적인 예산 투자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부천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심곡천 전경
경기도 부천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심곡천 전경

 

  구체적 계획과 인식 개선이 관건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구체적인 계획과 하천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시작하기 전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많다. 경기도 구리시 인창천의 경우, 복개된 다른 하천들과 마찬가지로 하천 위에 도로와 공영주차장이 자리했고 수질 오염 문제가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공약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인창천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복원사업을 위해 하천 위에 자리한 공영주차장을 대신할 부지를 인근에서 찾아야 했지만, 어려움이 생겼고 결국 구리시는 올 7월 복원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서경옥 경기환경운동연합 교육국장은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으로 계획되는 하천 복원사업이 종종 있다”며 “하천 복원의 진정한 목적을 고려한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계획 과정에서 하천의 성질에 대한 적절한 사전조사가 부족해 복원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19년 하천 정비가 계획됐던 경북 영천시에선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오히려 하천 생태계를 위협했다. 당시 영천시의 자호천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와 2급인 다묵장어의 서식지였다. 그런데 영천시가 이 자호천 일부 구간에 하천 정비와 환경보전을 명목으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계획한 것이다. 이에 멸종 위기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했던 대구환경운동연합 측은 영천시에 하천 정비 사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당시 영천시 측은 어류 정밀조사를 실시했다고 했다”며 “우리가 자체 조사에서 볼 수 있던 법정 보호종이 영천시 측 자체조사에서 1종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 조사가 형식적이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하천 복원이 성공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계획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안양시는 2012년에 환경교육을 목표로 안양천생태이야기관을 건설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안양천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 전시와 해설을 통해 하천 생태의 변화를 이해하고, 학생들은 생태하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안양천생태이야기관 관계자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하천 생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안양천 강변의 수풀이 미관상 좋지 않다고 제초를 요구하거나, 핑크뮬리를 심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우효섭 교수는 “사람들에게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이미지는 아직 운동 시설이나 조경시설을 가꾸는 작업에 머물러있다”며 “하천 복원에서 중요한 것이 파괴된 하천 생태의 회복임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소영 해설사는 멸종 위기 2급인 흰목물떼새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산책 중이었던 행인이 알을 품고 있는 흰목물떼새를 보고 알을 깨버려 번식에 실패했어요.” 다소 이해하기 힘들지만, 자연환경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배소영 해설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자연 생태의 소중함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김민재 기자 flowerock@

사진제공 | 부천시청, 안양천생태이야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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