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총학 선거,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기획면보다 보도면에 관심이 많이 가는 신문이었다. 그러나 보도면에서 주로 다룬 총학선거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기사의 논리성과는 별개로 인용문으로 들어간 총학 후보의 답변들이 의아함의 연속이었다.

  2면 보도 탑기사의 총학 후보의 답변 인터뷰 인용문을 자세히 살펴보자.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해 총학 후보자는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한다. 본인의 공약을 본인 스스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는 총학 후보는 몹시 낯설다. 뻔한 공약이 많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수요가 사그라진 게 아니고, 이미 달궈진 냄비를 100도에 다다르게 하기 위함’이라며 답변한다. 반복되는 공약이라 하더라도 그게 왜 중요한지, 학생들의 수요가 얼마나 많은 사안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또 ‘앞으로 이행해야 할’ 일부 공약이 학교에서 이미 진행 중이라는 질문에 ‘진행 중인 사업이 많은 것은 호재이고 학교와 학생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은 너무 두리뭉실해 이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전대 총학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엔 ‘실패한 전대 총학처럼 되지 않도록 걱정해달라’는 답변이 기사에 등장한다. 이미 당선이 확정된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맥락에서 벗어난 답변이다.

  이쯤 되니, 워낙 인터뷰 내용의 응집성이 떨어져 과연 실제 답변이 정확하게 기사에 실린 것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답변 내용이 사실 그대로 실린 거라면 그러한 객관적 현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신문>은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가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니까. 그러나 기사 안에서 답변 맥락에 왜곡이 생겼다면 꼭 후속·반론 보도를 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 밑의 인터뷰가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위의 공약 분석 기사를 먼저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많았을 터다.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자연스럽게 밑의 인터뷰 기사에서 상술되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출마 계기와 선본명 버팀돌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는 아주 ‘손쉬운’ 질문들이 분량의 30%를 차지한다. 만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공간을 확보했으면 좋았을 듯 싶다. 공청회에서든 취재 과정에서든 제기된 비판과 의문에 대해 기자들이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어야 한다. 얼마나 예리한 시선으로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지 기자들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기획면은 충실한 취재를 기반으로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기사를 선보였다. 특히 남북한 SF 주제를 다뤘던 학술면은 촘촘히 잘 좁혀진 주제와 간결히 정리된 정보의 흐름으로 독자로 하여금 흥미롭게 기사를 읽게 했다. 8-9면 기획 기사도 자칫하면 식상할 수 있는 ‘무대 뒤의 무대’라는 주제를 영리하게 구체화해 각 직업인의 하루를 치밀하게 그려냈다. 꼼꼼히 다 읽고 나서도 다시 눈이 가는 기사들이 더러 보일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박형규(문과대 국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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