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어떤 이가 지나온 긴 시간의 나이테며 고유한 내면의 지문이다. 우리는 종종 곁에 있는 이들의 취향에 대해 묻지만, 짧은 대화로는 한 사람의 취향을 들여다보는 건 턱없이 부족하다. 늘 마음 한 켠에는 누군가가 묵묵히 쌓아놓은 풍부한 취향 속에서 마음껏 유영하고 싶은 갈망이 자리해 있다.

  그래서일까 성수동의 한 거리에 기꺼이 자신의 취향을 듬뿍 담아 꾸며놓은 이 공간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르에르’는 구두공장과 인쇄공장이 머물던 성수동 1가 골목에 자리해 있다. 붉은 벽돌의 주택 모습을 한 평범한 외관이지만, 그 안에는 이색적인 공간이 3층에 나누어 펼쳐진다. 카페로 운영되는 1층은 케이크와 커피, 각종 홍차와 에이드를 판매한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며, 크림아몬드초콜렛, 말차라떼, 스트로베리티, 밀크티 등 커피 이외의 메뉴도 즐길 수 있다. 또 매일 주방에서 직접 만드는 케이크와 과자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당근, 모카, 라즈베리초콜릿 케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카페 내부는 널찍하고 성수동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큰 창으로 둘러싸인 자리부터, 누군가의 다락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아늑한 공간까지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2층에 들어서면 도란도란한 분위기의 1층과는 달리 널찍한 스터디 카페형 공간이 자리해 있다. 혼자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고 싶을 때 음료를 들고 2층에 올라오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고요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2층의 또 다른 공간에는 빈티지 문구 소품샵이 있다. 이국적이고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색연필, 잉크류, 문진 등의 빈티지 문구를 구경하며 서로의 취향을 넌지시 그려본다.

  3층은 ‘오르에르 아카이브’로 이름 붙여진 공간이 펼쳐진다.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가 빚은 도자기, 컵, 그릇 등의 빈티지 소품들이 한자리에 전시되고, 구매도 가능하다. 돌멩이부터 100년 전 만들어진 영국 촛대까지 비일상적인 물건들도 눈에 띈다. 소소한 물건에도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수집해온 사장님의 취향에 특별히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섬세한 생각과 취향으로 꾸며진 이 공간에서, 다양한 시대와 나라의 물건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소중한 이와 함께 서로 마음으로 발견해낸 것들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박다원 기자 wonda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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