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 교수·에너지자원공학과

 

  에너지자원은 한 국가의 산업생태계를 지탱해주는 뿌리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기에 국가와 사회가 생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일본과의 소재·부품·소재 갈등, 불화수소 수급 논란과 작금의 중국발 요소수 사태 그리고, 점증하는 고유가 우려의 근본에는 자원 수급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의 원료이자 연료로서 자원의 안정적 공급은 국가 근간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더구나 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93% 가까이 되는 한국의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다.

  에너지자원 부존의 편재성과 유한성으로 자원공급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기에 에너지자원은 국가적 수급을 감안해 최소한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원안보라는 말이 존재한다. 자원안보를 구축하기 위해서 소극적 의미의 자원안보인 자원비축과 적극적 의미의 자원안보인 자원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다. 각 국가는 자국 내의 에너지자원의 소비 증가를 대비하여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량의 에너지자원을 비축한다. 특히,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의 경우에는 공급 차질이 생겼을 경우 그 충격이 엄청나다. 이를 고려하여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90일 사용량을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자 미국을 중심으로 국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현재 에너지원 비축량을 보면 원유는 45일, 천연가스는 30일 정도에 해당된다. 만약 국제적 외부요인에 의해 30일 이상 천연가스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존자원이 풍부해 자국 내에서 자원을 개발생산하는 국가는 자원비축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의 입장에서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 문제는 상존하는 위험이 될 수밖에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시대를 준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광물과 희토류 광물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산이 전무한 광물자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자원안보 측면에서 국내에 자원을 비축하는 것은 일시적이며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해외에 확보한 생산광구는 매장되어 있는 자원을 수십 년에 걸쳐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천연비축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자원개발은 직접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지하에 부존하고 있어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서 성공보다 실패가 흔한 고위험 사업이다. 또한 투자 후 생산에 이르는 기간이 10년이 넘게 소요되는 장기적인 사업이어서 필요할 때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자원비축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럼에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장기적인 자원 비축기지 역할을 수행할 해외광구를 확보하기 위한 해외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제대로 된 국가라면 말이다.

  최근의 요소수 사태와 같이 해외에 의존하는 원료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관련 산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원료의 원료’인 자원분야에 발생하면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국가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국영회사 중심의 자원시장에서는 자원공급이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생산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자원개발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할 때 대응에 나서면 이미 늦은 것이다. 잠복기가 2주인 코로나 바이러스도 통제하기 어려운데, 10년 이상의 사전투자 기간이 요구되는 에너지자원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경제와 산업이 안정적으로 순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은 그 여건상 자원개발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제무역에서 갈등이 생기면 에너지자원수급에도 균열이 발생한다. 더욱이 필요한 모든 에너지 자원을 다 비축할 수도 없다. 결국 해외에 확보한 자원을 통해 우리의 장기적인 천연 비축기지로 삼아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자원공기업의 빠른 정상화가 자원안보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