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지호 강원대 교수·경영회계학부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신입직원의 조기퇴사가 화두이다. 국내 채용 플랫폼이 2020년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자 대비 조기퇴사자 비율은 평균 31.4%로 집계되었다. 이들은 고작 4.6개월을 근무하고 회사를 떠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조직의 부조리한 조직문화 또는 수직적인 업무방식 등을 지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젊은 세대의 책임감 결여와 인내심 부족 등을 한탄한다. 그렇지만 신입직원의 조기 퇴사는 조직과 직원 양측에 모두 책임이 있다. 특히, 조직과 구직자 간에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전제할 것은, 신입직원이 조직에 진입한 이후 불만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이다. 처음 조직에 진입할 때는 경쟁자들을 제쳤다는 성취감, 새로운 조직에 대한 기대감, 꿈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 등으로 일시적으로 만족도가 증가한다. 이는 조직의 실체를 경험하면서 반전을 맞는다. 특히 조직 외부에서는 관찰되기 어려운 부정적인 모습을 직면하면서부터 실체화된다. 장밋빛 기대와는 다른 내부의 현실, 이미지 전략으로 가려진 조직의 날것들을 접하면서 일종의 환멸감까지 생기게 된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허니문-행오버 효과(Honeymoon-Hangover effect)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허니문 이후 만족도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개인의 적성이나 성향마다 그 경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당연히 적성과 성향이 일치할 때 입사초기의 만족도 감소가 완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구직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피드백의 시간범위와 영향의 대상이 그것이다.

  첫 번째 요소인 피드백의 시간범위란,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보상 등의 피드백이 주어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말한다. 통상 보상에 대해서는 임금수준이나 복리후생 등의 총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피드백의 일종인 보상이 제공되는 시간의 범위 역시 개인의 만족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실시간 조회수와 추천수가 집계되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나 수강생의 등록률이 매 분기 결정되는 사교육 시장은 일에 대한 결과가 빠르게 돌아온다. 반면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들이나 새로운 자원을 탐사하는 일은 일의 결과를 길게는 수년 후에나 들을 수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동기가 부여되는 피드백의 시간범위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빠른 피드백을 선호하는 구직자라면 그에 맞는 산업과 직종을 택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이 피드백이 느린 일을 하게 된다면 보람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고 종국에는 불만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두 번째 요소인 영향의 대상이란,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 또는 일의 결과를 통해 영향받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은 수행하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타인이 있고, 그 일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 자체의 안정성이나 보상만을 바라보고 선택하면 만족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원인을 돕는 것이 스트레스인 공무원,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짜증을 내뱉는 어린이집 교사, 팀원들과 협업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대상과 상호작용할 때, 그리고 어떤 대상을 도울 때 보람을 느끼고 일이 가치 있다 여기는지를 스스로 점검한 후에 관련 직업을 선택한다면, 만족도가 떨어져 퇴사할 가능성은 비교적 줄어들 것이다.

  기실 신입직원의 조기퇴사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불행한 사건이다. 개인으로서는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되는 피해나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조직으로서도 신입직원의 채용선발 비용이나 교육훈련 투자자원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어느 한쪽의 문제라고 치부하기 앞서, 양측이 서로를 잘 알고 서로가 원하는 사람이 선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직자를 면밀히 파악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채용과정이 변화되어야 하고, 구직자의 직업교육과 진로교육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신입직원의 조기퇴사가 다소 완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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