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고대로 전하는 고대문화
선배들이 고대로 전하는 고대문화
  • 김시현·신지민·이시은 기자
  • 승인 2021.12.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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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학생 행사 진행 노하우

새터부터 고연전까지

선배에게 들어본 진행 방법

“고대문화는 재학생의 몫”

 

  2022년의 학생사회는 일명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야 한다. 코로나가 캠퍼스를 멈춰 세운 첫 해에는 선배들이 바로 코로나 이전에 겪었던 경험을 전승해 줄 것이라 믿었다. 조금만 참으면 다시 돌아가리라는 믿음이 무색하게, 캠퍼스는 2년 가까이 정지해 있다. 앞으로의 고대문화를 꽃피워야 할 학생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도록, 과거 고대문화를 이끌었던 이들의 기억을 전달해 본다. 

 

  오늘 밤 즐겁게 노세! : 아기 호랑이 환영하는 새터

  새내기 새로배움터, ‘새터’는 새내기들이 고대생으로서 마주하는 첫 학생 행사다. 입학식 전 2월, 과별로 선후배가 모여 숙소를 잡고 2박 3일간 각종 프로그램을 즐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대다움’을 배우러 또 전하러 떠나는 새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2년간 진행되지 못했다. 온라인 혹은 당일치기로 새터를 진행한 학과도 있었지만, 온전한 새터 문화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멈춰 있다. 

 

  새터에서는 학내 방송국 영상제나 동아리 공연, 응원가 배우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펼쳐진다. 과반별로 모여 게임을 하거나, 수강신청 팁을 전하고 평등·환경 등을 주제로 교양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늦게까지 삼삼오오 모여 갖는 술자리도 빼놓을 수 없다.

  새터는 긴 시간 진행되고, 음주가 동반되는 행사인 만큼 준비에 많은 품이 든다. 먼저 총학생회 차원에서는 주류, 과자, 잡화 등 새터에 필요한 물품의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또 숙소업체, 홍보물 제작 업체 등과의 대표계약도 맡는다. 신입생 명단 정리, 학생지원부와의 협의 등 학교 측의 협조가 필요한 일 또한 총학생회의 몫이다. 단과대 회장단은 새터 준비의 핵심이 돼 총학생회장단과 과반 대표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단과대 단위로 새터준비위원회를 꾸려 장소 확정, 시간표 구성, 프로그램 기획 등 새터 전반을 구상한다. 과반에서는 단과대의 기획에 따라 과별 행사 프로그램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꾸려나간다. 

  새터 주최측이 무엇보다 신경쓰는 것은 안전 문제다. 과반별로 안전 주체를 두거나, 음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 새터를 추진했던 학생들은 입을 모아 “술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19년도 당시 미디어학부 부학생회장직을 맡은 신세희(미디어18) 씨는 “관리 인력에 비해 전체 참여 인원이 많고, 음주가 동반되는 행사라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후배들이 더욱 보완했으면 하는 새터 문화가 제안되기도 했다. 18년도 한국사학과 새터주체였던 이선우(문과대 한국사17) 씨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저상버스를 대절하려 했지만, 저상 버스의 경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어 불발됐다”면서 “새터라는 문화를 즐기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해 달라”고 조언했다.

 

  더 높이 더 멀리 달리는 거야 : 역사를 기리다, 4·18 구국대장정

  4·18 구국대장정은 3·15 부정선거에 분노한 본교생들이 거리로 나서 궐기한 4·18 의거를 기리기 위한 행사다. 이 역사적 사건은 1960년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4월 18일이 되면, 학생들은 아침부터 중앙광장에 모여 국립 4·19 민주묘지까지 약 8km를 달린다. 이때 문예선동, 일명 ‘문선’이라 불리는 몸짓을 하며 행진하기도 한다. 문예선동은 사기를 북돋우는 춤사위로, 학생운동 문화의 일종이다. 출발에 앞서 중앙광장에서는 4·18 선언문 낭독이나 농악대 공연 등 간단한 행사가 열린다. 달려가는 시간 내내, 각종 사회적 사안들에 대한 문제 제기로서 다양한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이는 과거 선배들의 뜻을 기려, 사회참여의 불씨를 이어 가자는 취지다. 묘지에 도착해서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참배가 진행된다.

 

  구국대장정은 총학생회의 주도로 추진된다. 국립묘지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도로를 통제하는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에, 학교 측과의 긴밀한 논의가 중요하다. 결석을 우려하는 학생들을 위해 결강계가 배부되기도 한다. 18년도 당시 ‘에이블’ 총학생회 김태구 회장은 “단위별 행진 순서를 조율하거나, 행진을 도울 트럭을 대여하는 등 총학생회 단위에서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중앙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무대 설치를 비롯해, 학내 행진 동선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필요하다. 행진 도중에 뒤처지는 인원이 발생하거나,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총학 인력이 행렬 곳곳에 배치된다. 묘지에 도착해서 참배를 진행할 때, 행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 장난스러운 분위기나 부적절한 옷차림 등을 방지하고자 사전 공지를 진행하기도 한다. 구국대장정에 참여했던 박주애(보과대 보건환경18) 씨는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참여하다 보니 다 같이 힘을 북돋는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성일(공과대 화공생명16) 씨는 “기념탑까지 뛰어가느라 힘들었다”면서 “문선을 한 달 동안 연습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입실렌티 체이홉! : 석탑 대동제와 입실렌티

  1984년, 본교의 축제를 ‘석탑대동제’로 부르기 시작하며 대학가에 ‘대동제’ 바람이 불었다. ‘모두 하나가 되자’는 뜻에서 시작된 석탑대동제는 다양한 행사, 공연 등으로 고대생들이 하나가 되는 장을 마련해왔다. 석탑대동제는 5월에 개최되지만 이를 위한 준비는 개강 전부터 시작된다. 총학생회에서는 예산 관리, 대행사 선정 등을 진행하면서 행사의 큰 틀을 짜고, 석탑대동제 준비위원회(석준위) 조직 후 세부적이고 직접적인 행사 기획이 시작된다. 3월에는 석탑대동제의 명칭과 기조를 정하고, 3~4월 중 석준위원 모집과 각 국서·팀별로 프로그램 기획, 재정 관리, 홍보물 제작 등의 업무가 시작된다. 프로그램은 트렌드에 맞춰 계획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2017년 석탑대동제 ‘쿠레용’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힙합을 반영해, ‘고대래퍼’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기에, 총학생회는 인원 통제에도 힘써야 하고, 부스 배정 등 다방면으로 행사 진행을 관리해야 한다. 

 

  석탑대동제에 이어 ‘입실렌티’에서는 학생들의 공연과 응원, 연예인 공연 등이 진행된다. 응원단은 대중성 등을 고려해 대행사와의 협의를 비롯한 자체적인 과정을 통해 연예인을 섭외하고 응원 행사를 기획한다.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은 “입실렌티의 경우 외부인이 많이 오기에 총학과 응원단이 소통하며 안전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석탑대동제와 입실렌티에 참여한 박주애 씨는 “연예인 공연이 있을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밀려다닐 정도였지만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동기들끼리 입을 옷이나 액세서리를 맞추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어기야 디어차 뱃놀이 가잔다 : 고연전

  ‘필승! 전승! 압승!’ 고연전은 2학기의 주요 행사로 야구, 농구, 빙구, 축구, 럭비 총 5가지 스포츠 경기가 진행된다. 고연전에 앞서 진행되는 2학기 응원 OT에서는 응원의 힘을 예열한다. 경기 시작 전 응원단장이 먼저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한다. 응원단은 고연전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교내·외 다양한 단체와 협업을 하고 훈련도 한다. 이우주 응원단 부단장은 “응원단상에 올라 경기와 학생들을 보며 그 분위기에 따라 응원곡을 즉석에서 부르게 된다”며 “여름훈련에서는 응원곡을 바로바로 소화하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경기가 진행되는 각 구장에 구장기획을 배치한다. 배정된 단원들은 단상의 크기, 종목의 특징과 운동부에 대해 배우는 구장교육을 받는다. 

 

  응원으로 뜨거워진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해 경기장을 달군다. 관중석에서는 경기의 분위기에 따라 응원곡이 달라진다. 경기에서 이기고 있으면 신나는 노래로 승리의 기쁨을 미리 즐긴다. 반대로 지고 있다면 웅장한 노래로 선수들을 응원한다. 경기 후 저녁이 되면 안암에서는 기차놀이가 이어진다. 참살이길 전체가 응원장소가 돼 다같이 뱃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선배들이 미리 결제해놓은 주점에 들어가 고대인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학생들이 2016 고연전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학생들이 2016 고연전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선수들은 9월에 열리는 고연전을 위해 1월부터 준비한다. 고려대 선수들만의 특색과 전술을 익히고 큰 소리로 들릴 응원가를 대비해 스피커를 켠 채 훈련을 하기도 한다. 18년도 정기전에 출전했던 허덕일(사범대 체교18) 씨는 “고연전은 무조건 '필승! 전승! 압승!'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경기”라고 말했다. 이어 “고연전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과 우애 깊은 내리사랑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새터부터 고연전까지, 과거 캠퍼스를 구성하던 문화들이 긴 공백기를 거쳤다. 선배들은 앞으로의 고대문화를 이끌어 갈 후배들을 위해 격려와 조언을 남겼다. 백범창 19년도 당시 생명대 학생회장은 “고대문화를 이끌어가는 건 전적으로 재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에 어떻게 했는지가 아닌 지금 당장, 혹은 앞으로 다른 학교와의 다른 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은 “스펙만 쫓는 것보다는 고대스럽게, 자신이 속한 사회와 학교가 운영되는 시스템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해보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 김시현·신지민·이시은 기자 press@

사진 | 고대신문

사진제공 | 구본형, 박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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