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과도하게 양산돼

미시적인 임시방편의 한계

기업·학교에서 함께 논의해야

 

이종수 명예교수는 "기업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특성화고 교육이현장실습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명예교수는 "기업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특성화고 교육이 현장실습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2017년 제주도의 한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 이민호 군이 사고를 당한 지 4년이 지났다. 이후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고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등장했다. 하지만 제도가 안정된 듯했던 올해 10, 현장실습을 하던 또 한 명의 특성화고 학생이 사망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과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종수(한성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기업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특성화고 교육이 현장실습 사고의 원인이라며 단순한 안전사고 방지를 넘어 교육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장실습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현장실습 안전사고는 갑작스레 늘어난 특성화고와 허울뿐인 제도 때문에 발생합니다. 고졸 취업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를 기점으로 특성화고에 대한 정책 지원이 증가하면서 특성화고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산업계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기에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 양질의 일자리 개수는 늘어난 특성화고의 수요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레 관리가 어려운 상황의 기업들에까지 현장실습을 보내게 됐고 안전사고 문제가 두드러진 겁니다.

  고졸 취업생 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마이스터고를 새롭게 설립한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직업교육과 실습을 시행함에도 마이스터고와 그 외의 특성화고 정책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학금과 해외연수 등 마이스터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우수합니다. 반면 2013년 서울시의 특성화고에 대한 예산은 전년도 대비 8분의 1로 대폭 삭감됐습니다. 학교별 지원 정책의 괴리가 존재하는 겁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교육목표, 예산 지원 등을 일원화, 재정립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이 세워지지는 않았나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강화된 선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도기업에만 학생들의 학기 중 취업을 허용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전규정을 강화하니 실습 기업이 줄어들었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에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참여기업에도 현장실습을 허용하면서 자연스레 규제가 느슨해졌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가 사실상 지킬 필요가 없는 종이 제도로 전락한 겁니다.

  관리 감독 강화 등 현장실습 제도의 변화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제도가 바뀌었는데도 안전사고가 되풀이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죠.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특성화고 전반의 구조적 문제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 앞으로의 특성화고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요

  “우선 지나치게 많은 특성화고의 수를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100개 나온다면 대략 150명의 특성화고 졸업생을 배출하는 식의 조절이 필요하겠죠. 또한,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교육 내용이 어긋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실무자를 교사로 채용하는 등의 시도가 있어야 합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높은 선정 기준에도 기업들이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늘리고 실습비 지원, 해외 연수 및 산업시찰 지원 등 학생들이 실무능력을 갖추도록 많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다른 정책들에 비해 미시적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해결하기 급급해 임시방편 제도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의 실무자, 특성화고 교사, 학생 대표, 정부 당국자 등 관계자들이 함께 문제의 본질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업구조의 변화, 청년 실업, 이주 노동자 문제 등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에 영향을 주는 사회현상을 고려해 교육체계를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글│유승하 기자 hahaha@
사진│강동우 기자 el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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