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가장 멋진 쓰임새는. 공유하는 것이다. 모두가 들어올 수 있게 열어두고 그 안에서 저마다 자유로이 시간을 가꾸게 두는 것.”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中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커피향을 음미하며 보내는 시간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힐링이다. 밥을 먹고 카페로 향하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카페에서 타인과 시공간을 같이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공부나 독서를 하면서 소담한 카페에 있는 동안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친구들과 시간의 흐름을 즐길 수 있는 곳, ‘해모타’는 공간의 멋진 쓰임새를 실천하며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개운사. 밥약 성지로 언제까지나 떠들썩할 것 같은 개운사길이지만 절에 가까워질수록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가 있다. 파란색 외관을 가진 테라스 카페 또한 고요한 감성을 이어 간다. 

  ‘해모타’의 통창에는 사람들이 그대로 비추인다. 창문을 활짝 열어둔 여름에는 개운사의 향 내음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지나가는 목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리며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다.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닫혀 있지만, 온기를 느끼며 보는 바깥은 적막한 가운데 또 다른 소소함이 있다. 

  8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직사각형 원목 테이블이 ‘해모타’ 내부의 유일한 책상이다. 친구들과 묵독회를 하거나 같이 스터디할 때 모이기 좋다. 연말인 만큼 현재 카페의 테마는 빨간색과 초록색이다. 연말을 맞아 준비된 트리 옆으로 사진집과 요리서적이 다양하게 꽂혀있다. 테이블 위에는 살짝 초록빛이 도는 백합과 붉은 꽃이 어우러진 화병이 눈에 띈다. 다소 밋밋해 보이던 책상에 놓인 화병은 화사한 느낌을 준다. 

  ‘해모타’에서는 커피와 티, 그리고 와인 종류를 판매한다. 커피는 아메리카노, 라 떼, 에스프레소 등 정석적인 메뉴로 구성돼 있다. 그중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세고 상큼해 입안에 오래 맴돈다. 얼그레이 티와 카모마일 티는 향긋해 긴장을 풀어준다. 조용한 분위기와 그에 맞는 커피 한 잔. 개운사 모퉁이 카페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조은진 기자 zephy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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