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으로 분류 어려워

자금세탁 등 악용 가능성도

“시장 과열돼, 거리 두고 봐야”

 

이대희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NFT의 가치를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대희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NFT의 가치를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NFT 열풍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대체 불가능 토큰을 뜻하는 NFT(NonFungible Token)는 게임, 예술, 투자 전반의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며, 올해에는 시장규모에서 전년 대비 35배 이상 급성장했다. 소비자와 창작자는 각각 효과적인 투자와 새로운 표현 기회라는 기대감을 안고 NFT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나 과세 등 관련된 법적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NFT의 장밋빛 미래만을 점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블록체인 바깥의 현실에서 NFT는 맹점을 지닌다고 말하는 이대희(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NFT를 둘러싼 법적 쟁점에 대해 물었다.

 

- NFT의 특징과 법적 효력이 궁금합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더리움으로 거래됩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로, 입력하는 정보에 따라 모두 다른 값이 나오고, 이 값이 다시 다른 블록에 빠른 속도로 연쇄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보의 위조나 임의적인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토큰 하나당 하나의 원본만을 가지기에 흔히들 디지털 정품 보증서라고 말하는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겁니다.

  하지만 NFT는 블록체인을 벗어난 현실에서는 뚜렷한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합니다. 블록체인은 중심이 되는 서버 없이 이용자 개개인을 연결하는 P2P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현실과 달리 탈중앙화된 의사결정 방식을 이용합니다. 여기서는 결정을 내리는 중심 신뢰 기관이 없어도 이용자의 과반수가 인정해준다면 사실이 입증됩니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고려대학교 학생이다라는 사실은 고려대학교라는 신뢰 기관이 발행한 재학증명서로 입증할 수 있는 반면 블록체인 안에는 사실을 입증할 중심 신뢰 기관이 없죠. 때문에 블록체인 밖 현실에서는 NFT 거래를 통한 정품 보증이나 소유권 등이 법적으로 입증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거래의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 NFT가 가상자산으로 분류될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볼 수 있을지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가상자산은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입니다. NFT가 가상자산이 된다면 불법적인 경로로 악용될 가능성을 낮출 순 있겠지만, 성장 중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어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금융거래 등을 이용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등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 법으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에 다양한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금법의 현행규정상 NFT도 가상자산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특금법에서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폭넓게 규정하면서, 제외되는 대상을 예외로 두는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NFT를 구매하기 위한 대가가 개인의 지갑에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로 지급되기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NFT는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디지털상의 전달도 용이해 관련 규제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로 쓰인다면 피해를 막기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 NFT 거래 시 저작권 문제 발생의 우려가 있습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생성하는 순간 자동으로 부여받는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NFT의 발행이나 거래 시에도 저작권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NFT는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발행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플랫폼은 NFT 발행 시 해당 작품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이 정당한 권리 없이 NFT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또 NFT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유형물이더라도 이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IPFS’라는 분산저장시스템에 올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사진을 찍거나 스캔하는 등 작품의 복제가 일어나게 됩니다. 작품을 복제해 NFT를 발행하고 플랫폼에 올리는 사람이 저작권자가 아니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복제권과 전송권의 침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 NFT 구매자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요

  “희소성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문제가 없지만, 배타적인 권리를 소유하거나 시세 차익을 남기려는 목적이라면 구입 시 기대했던 만큼의 권리를 보장받기 힘듭니다. 현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NFT가 그만한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아티스트인 비플(Beeple)NFT 작품은 한화 약 785억 원에 거래됐지만, 해당 작품의 구매자가 작품에 배타적인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작품이 올라간 IPFS를 통해 아무나 손쉽게 원본을 감상할 수 있고, 심지어 다운로드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작품을 판매한 비플마저도 NFT에 대해 거품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금처럼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NFT의 가치를 속단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해요. NFT 열풍이 순식간에 식어버린다면 투자자들은 큰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되겠죠. 소비자들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성숙하게 거래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 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 | 김예락 기자 emancip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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