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본가에 내려가는 횟수는 줄어든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는 한 달에 한 번은 다녀오겠다고 결심했지만 실제로는 한 학기에 한 번 갈까 말까다. 본가에 내려가 할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줄고 있다. 그렇다고 마음의 안정을 내버려 두고 힐링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퍽퍽한 서울살이에서 고단함이 정점에 다다를 때, ‘남이네분식을 찾곤 한다.

  옆살이에서 옆옆살이로 넘어가는 조그마한 골목에 남이네분식은 위치해 있다. 영업시간도 짧거니와, 가게도 매우 작아서 골목을 매번 지나다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짧은 영업시간에 맞춰 골목을 찾아가면, ‘남이네라고 적힌 파란색 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할머니 댁에 간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기 때문이다.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사장님 내외에 정겨움은 배가 된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데워진 장판 위에 앉으면 편안함이 느껴지고, 이내 눕고 싶어진다.

  이름은 분식이지만 흔히 아는 분식에 속하는 음식은 팔지 않는다. 칼국수, 수제비, 잔치국수, 비빔밥, 김치덮밥, 제육덮밥만 판매한다. 면 종류 식사가 차려지기 전 나오는 보리밥은 에피타이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막걸리 바가지처럼 생긴 국자로 떠먹어야 하는 항아리 수제비는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준다. 고봉밥의 양을 넘어서는 제육덮밥은 할머니가 담아준 넘치는 밥그릇을 생각나게 한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면, 할머니 댁을 나서는 것 같은 아쉬움에 괜스레 신발을 천천히 신게 된다.

  사장님 내외는 서울 다른 곳곳에서 영업을 하셨지만, 결국 안암골에 정착하셨다. ‘이제는 장사할 거면, 집을 개조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남이네분식20년째 안암골의 고향 집 역할을 하고 있다. 퍽퍽한 서울살이에 지칠 때가 온다면, 고향 집에 내려간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이원호 취재부장 one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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