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석좌연구위원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석좌연구위원

  지방자치는 매우 단순한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자기 문제는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문제의 처리주체가 개인에서 지방이라는 행정단위로 치환된 것에 불과하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므로 일정한 공간을 기준으로 행정단위를 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위임한 자치권으로 지방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방자치는 자율성과 다양성 및 경쟁성 등을 기본적인 가치로 삼고 있다. 지방의 문제는 지방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되, 각자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서 보다 우수한 방법을 찾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국가운영에서 집권적 방식보다 분권적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가져다 준 것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들에서 지방분권을 다시금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1948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래 중단과 부활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1991년 지방의회의 구성으로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30여년이 경과되었다. 그간의 역사에서 지방자치는 다양한 변화를 보여 왔다. 자치단위는 시읍면 자치에서 시군구 자치로 변경되었고, 단체장의 선출은 초기의 의회 간선제에서 주민직선으로 전환되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에는 국가 권한의 지방이양과 주민참여를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였다.

  현재의 지방자치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결과이나, 지방자치가 추구하는 가치가 균형적으로 달성된 것은 아니다. 역대정부의 분권정책을 통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어 왔으나, 충분한 자치기반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정한 사무처리 권한도 보유하고 있지 못할뿐더러 재정적 자립기반은 한층 취약하다.

  이에 따라 자율성을 기반으로 구현되는 다양성이나 경쟁성은 언급조차 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202012월에 지방자치법의 전면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전망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의 참정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며, 다양성이 구현될 수 있는 기관구성 다양화를 비롯한 각종 제도들이 도입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코로나 등을 비롯한 환경변수들을 고려하면, 지방자치의 수준을 한층 고도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주민의 삶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각종의 공약들이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국가의 종합적이고 획일적인 대응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의 탄력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해결책이 분명하지 않은 다수의 문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비수도권의 지방소멸,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자연재해, 저성장과 고령화에 따른 재정압박, 인구구성의 다양화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세대갈등 및 다문화 등이 현안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중앙정부가 모두 대응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다수의 문제들도 있는 것이다. 소규모 지방단위에서 수립된 정책들이 실패하더라도 그 위험은 중앙정부 단위보다 제한적이다. 따라서 국가운영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합리적 분담체제는 지방자치를 고도화하는 제한적인 시각보다는 국가 전체의 운영체제를 효율화시킨다는 포괄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지방자치의 미래는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다양성 및 경쟁성을 통해서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견인하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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