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거진 ‘동해 명칭문제’를 두고 한·일 양국은 자국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료제시에 한창이다. 특히 양국은 古지도에 표기된 명칭으로 ‘동해’ 혹은 ‘일본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19세기 이전에 제작된 지도에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나 ‘한국해’로 명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해는 13세기의 카르피니의 여행기에 수록된 「빈랜드지도」에 세계지도 상 최초로 등장한다. 이 지도에는 동해를 ‘Estern Ocean(동해)’와 ‘Great of the Tartars(동중국해)’로 표현하고 있다.
이어 16세기에 제작된 서양 지도에는 주로 ‘동양해’로 표기된 게 눈에 띈다. 왈드시뮐러(1507년), 보돈(1528년), 세바스찬 뮌스터(1540년)가 세계 지도에 동해를 각각 ‘Ocean Orientalis’, ‘MARE ORIENTALE’, ‘OCEANVS Orientalis’로 쓴 것이 그 예다. 또한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첨부된 「팔도총도」의 ‘동해’ 명시는 한국 古지도에서 보여지는 동해 표기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7세기에 작성된 지도부터는 ‘동양해’ 외에도 ‘한국해’라는 명칭이 나타난다. 이는 헤레디아(1615년)의 「아시아도」(MAR CORIA), 로버트 듀들리경(1647년)의 「동아시아 지도」(MARE DI CORAI), 장 밥디스트 타베르니에(1679년)의 「일본열도지도」(MAR DE CORE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도 동해는 ‘한국해’나 ‘한국만’으로 불려졌다. 1705년 프랑스의 지리학자 기욤 드릴은 「인도-중국지도」에서 동해를 ‘동양해 또는 한국해’(MER ORIENTALE OU MER DE COREE)로 나타냈으며, 1778년의 『대영백과사전-중국편』과 1808년 런던에서 제작된 세계 지도에는 동해가 ‘한국해’(SEA OF COREA, COREAN SEA)로 기재됐다. 물론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서북계도」나 「아국전도」 등에는 ‘동해’로 표기돼 있다.

반면, 1602년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를 시작으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가 등장한다. 그 외에도, 제작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고다노가 만든 지도와 1620∼1634년에 로드리게스가 작성한 『일본교회사』에 ‘일본해’라고 명명돼있다. 18세기에 일본과 서양의 교류 확대로 일본의 인지도가 향상되자, ‘일본해’명칭이 서양 지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후 ‘일본해’표기는 러·일 전쟁과 경술국치 뒤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의 동해 명칭이 ‘일본해’로 대치되기에 이른다. 일례로 구한말이나 일제시대의 한국 교과서에 ‘대한해’로 표기됐던 명칭이 ‘일본해’로 바뀌었던 과정은 이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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