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과 일본은 동해안의 명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바다의 명칭문제가 갑자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 4월, 제16회 국제수로기구(IHO)의 참가자들에게 『세계지도 속의 동해』라는 책자를 한국이 배포하면서부터다.

이 책자에서 한국은 ‘일본해’의 명칭은 20세기 초 당시, 일본의 조선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서 붙여진 호칭이기 때문에 `동해`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쳤다. 그 결과 지난 8월 26일, ‘동해·일본해’로 표기하자는데 IHO가 합의, 투표권을 가진 69개국을 상대로 표결에 부치게 되었다.

그러자 일본정부에서 발끈했다. 일본 국민들의 여론 또한 상당히 나빴다. 세계지도에서 ‘일본해’라는 명칭을 ‘동해’로 바꾸기 위해, IHO가맹국들을 상대로 한국이 외교를 펼치는 그동안 일본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질책들이 쏟아졌다.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 때서야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대 국민 홍보를 위한 ‘일본해’ 주장 근거자료와, 한국의 주장에 대한 반박 문을 각 지역 기관에 대량으로 배포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일본해상보안청은 국제수로기관사무국(IHB)에 항의를 함과 동시에, IHO가맹국들에게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투표에서 한국 측의 주장에 절대로 찬성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로비를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일본정부가 주장하는 ‘일본해’명칭의 근거로는,
첫째, 1602년 마테오리치가 작성한 坤輿萬國全圖에 분명히 ‘Sea of Japan’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둘째, 프랑스인 라멜 루즈가 1797년에 펴낸 지도에도 똑같이 기술되어 있는 한편, 1863부터는 영국에서, 1854년에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지도가 모두 ‘일본해’라고 명기하고 있다. 또한 17세기 후기에는 ‘한국해’ 혹은 ‘동해’라는 명칭은 전혀 없고 단독으로 ‘일본해’라고 표기되어 있다. 18세기 말경부터는 ‘일본해’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정착돼 있었다.

셋째로는 지난 2000년, 세계 60개국의 대표적인 지도 392장을 조사한 결과 ‘일본해’라고 단독으로 표기되어 있지 않은 지도는 단 11(2.8%)장 뿐으로 97% 이상이 ‘일본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11장 중에서도 ‘동해?일본해’로 기술되어 있었고, 단독으로 ‘동해’라고 표기된 지도는 단 한 장도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 자신은,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나 해방 된 이후에도 50년 가까이 ‘일본해’라는 명칭을 받아들여 공식적인 해상, 철도 등의 지도에 표기해 왔다.
더구나 ‘동해’라는 명칭의 주장은 불과 10년 전인 1992년, 국련지명표준화 회의에 한국 측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었다.

따라서 일본은 지금까지 역사적, 국제적으로 ‘일본해’라는 단일명칭으로 표기해왔던 해양호칭을 정치적 의도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처럼 해양 명칭과 근접한 나라가, 언제든지 IHO를 통해서 자국이 희망하는 명칭으로 바꾸려 한다면 제 2의, 3의 IHO를 악용하는 나라가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IHO의 목적이기도 한 해양의 명칭을 최대한 하나로 통일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단일 명칭이 ‘일본해’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렇듯 일본정부의 ‘일본해’ 주장은 확고하다. 일본국민들 여론 또한 절대로 한국에게 밀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일본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젊은 세대들만이 바다이름쯤이야 ‘동해’가 됐든 ‘일본해’가 됐든 현실적으로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철저히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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