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give you the date to arrive in Ghana. So, March 5 will NOT be good.  -Sincerely Grant Anim President

Brotherhood link international과 협의 하에 예정됐던 출국 예정일은 3월 초였다. 3월 5일로 비행기표를 예약한 후, 이 날짜가 어떻겠냐는 나의 물음에 Brother-hood link international에서 보내온 답은 위와 같이 not good 이었다. 이미 가나로 갈 마음의 준비를 마친 단원에게

무작정 연락을 기다리라는 통보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답답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쪽은 시종일관 느긋한 태도였다. 비자 수속에 필요한 정보들을 묻는 메일을 여러 차례 주고받으며 2주가 지나고 이제 정말 출국 일이 눈앞에 다가왔구나 싶었을 때, 기관장 아님(Anim) 씨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다. 현지에서의 비자 연장비 2백 달러 이외에 기관 수수료 4백 달러를 따로 내라는 것이었다.

가나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의 애로 사항은 선배 단원들로부터 누누히 들어왔다. 가나 대사관은 비자 문제를 처리하는데 상당히 불친절하며, 현지기관은 터무니없는 비자 연장비를 요구해 단원들을 지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나라에서는 중산층 수준의 월급이 30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4백 달러는 1년을 족히 생활할 수 있는 큰 돈이다.

결국 그 기관은 자원활동의 본질적인 의미를 잊은 채, 그나마 잘산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오는 자원 봉사자들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착각했던 셈이다. 나는 갑작스레 돈을 달라는 기관측의 요구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가나에 갈 수 있을까. 2개월간을 가나에 간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나에게 이런 상황은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다. 기관과의 타협이 수포로 돌아가자 결국 사무국은 단원들을 그 기관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다음 기수부터 단원을 파견키로 했던 한국 선교사가 운영하는 Sam Computer 학교에 일찍 단원을 받는 것이 어떠냐는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는 언제라도 좋으니 와달라는 답변이 왔다. 

몇 주 사이 내가 가야 할 기관은 가나 현지인이 운영하는 NGO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학교로 바뀐 셈이었다. 한민족 리포트라는 프로그램에 방영된 그 분의 일상을 모니터하고, 교재들을 다시 준비하고, 항공권을 예매하기까지 가나 기관과의 접촉과정에서 3주가 넘게 걸렸던 일을 한 주만에 해치웠다.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다시 한번 나는 자신에게 왜 가나에 가려고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엊그제 본 텔레비전의 해외자원봉사 뉴스를 통해 구해졌다.

KOPION과 KOICA를 취재한 그 뉴스의 주제는 이런 일들이 나중에 취업을 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만하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삶을 사는데 너무도 익숙한 것 같다. 고등학교 생활은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 생활은 더 나은 보수의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나에 가기 전의 과정은 가나에 가기 위한, 가서 하는 활동은 다녀온 후의 삶을 위한 수단이라면 현재는 미래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게 있어 오늘은 언제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가나에 가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은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노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현지에서의 생활 역시 그러할 것으로 믿는다. 3월 24일, 출국을 하루 앞둔 정신 없는 오늘조차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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