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파주의 파평 윤씨 정정공파 묘역에서는 16세기 사대부 부인의 미라가 발견됐다. 특히 출토물 중 부인이 입고 있던 옷은 450여 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오랜 세월의 끈질긴 유혹에도 변하지 않은 저고리처럼, 우리사회에도 ‘변하지 않음’이 미덕으로 작용하던 때가 있었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옛말에서도 볼 수 있듯, ‘변심’없이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 무겁고 진중한 사람이 높이 평가됐다. 이는 조선시대 여인들에게 강조됐던 인고의 미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도움으로 빠르게 변해 가는 오늘날 사회 속에서의 ‘불변’은 사회 부적응의 신호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보와 기술, 쉴새없이 바뀌는 문화 코드와 사회분위기는 현대인들을 매 시간 쇄신하게 만든다. 지나간 문명은 가끔 생각나는 추억일 뿐, 눈앞의 삶에서 과거는 필요 없는 휴지 조각일 뿐이다.
 
보수적 성향의 상징이었던 노년층마저 조금씩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고 있다.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았던 가치들이 변하고, 그에 따라 개인의 삶이 모여 굴러가던 세상도 변한다. 그래도 혹 한 손에 쥔 빛 바랜 흑백사진만큼은 변하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명심하라. 더 이상 변질되기 전에, 저고리를 잘 보존 시켜줬던 나무로 둘러싸인 회곽묘에 넣어둬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야 일말의 노력은 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문득 엉뚱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조차 빛 바랜 과거의 한 자락이지만, 어느 영화의 인상깊었던 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백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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