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부활절 휴가기간이다. 가나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들은 이맘 때 즈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3주 정도의 짧은 방학에 들어간다. 내가 있는 SAM 컴퓨터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이번 학기 동안 배웠던 내용에 대해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매기고, 성적표를 만들고, 컴퓨터 수업 과정을 이수했다는 자격증을 만드는 등 학기를 마치는 준비로 여러모로 분주하다.

시험은 어느 나라 학생들에게나 긴장되는 일인 모양이다. 벤치에 모여 앉아 나올만한 시험 문제에 대해 얘기하며 열심히 수업 내용을 외우는 가나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이번 학기에 졸업하는 사람들은 내가 가르친 사람들은 아니지만, 어쨌든 졸업식 후에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 자격증을 받고, 졸업식도 할 것이라는 사실이 무척 기대되는 눈치였다.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웃고 즐기는 여러 종류의 행사를 갖는 것을 좋아하는 가나인들에게, 졸업식은 또 하나의 축제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이렇게 SAM 컴퓨터 학교는 학기의 막바지 준비로 분주하다.

컴퓨터 학교를 중심으로 한 나의 일상은 이제 거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가나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비상식적인’ 일들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어디를 가든지 외국인들에 대한 가나인들의 스타식 대우는 여전하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선배단원들에게서 익히 들어온 바였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겪게 되는 당황스러움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대부분의 가나인들은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외국인은 돈도 많고, 외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는 예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의 공간과는 다른,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 곳을 동경해 마지않는 가나인들에겐 한국이라는 나라 또한 선망의 대상인 것 같다.

별 생각 없이 컴퓨터 스쿨의 학생에게 한국에 대해 얘기했다가 자신을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들었을 때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을 데리고 갈 비행기표를 사줄 능력이 없다고 하자 비행기 표는 자신이 직접 사겠다고 말했다. 당신은 자신을 한국으로 안내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가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대학교를 다니거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것이나 직장을 구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자 그 학생은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처음 만난 외국인에게조차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말할 정도로, 그들에게 자신의 나라는 그토록 떠나고 싶은 공간이란 말인가.
 
외국인들에 대한 그들의 ‘특별대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가나인들은 외국인들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빌리지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특히나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작은 종이학 하나를 건네도 기뻐하곤 했다. 상점에 가면 외국인들에게는 물건 값을 거의 두 배로 부른다.

선교사님과의 흥정과정에서 거의 반 이상 가격이 낮춰지는 것을 보며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그들의 뻔뻔스러움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는 돈많은 ‘오브로니(외국인을 가리키는 가나말)’ 인것을. 남자친구가 있느냐, 나이는 몇 살이냐, 결혼은 했느냐, 나와 결혼해 줄 수는 없냐는 물음은 가나에서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고 하고 왔건만, 여전히 이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이 곳에서는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비상식적인 것이 되고, 비상식적이라 규정지었던 것들이 상식이 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상식이라는 것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느냐 반문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해 본다.

다른 환경과 다른 문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그들 나름의 삶을 일구어 가고 있는 아프리카 가나땅에서 나는 아직 작은 이방인에 불과하다. 이들의 일상에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는 지금,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오브로니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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