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기록보존소의 모토는 ‘정보가 모이는 곳, 역사가 숨쉬는 곳, 미래가 보이는 곳’이다. 정보기록보존소의 기능은 단순히 정보의 집적 뿐만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서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견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록은 곧 역사이자 우리 삶의 일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록의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①(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필기도구로) 글자를 이루어 나타내는 것. 또는 그 글 서록 ②(소리·영상·글 등의 자료를) 뒷날 다시 보거나 들을 수 있도록 어떤 매체에 담는 것. 또는, 그 담은 자료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록’을 생각하면 이런 의미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세계의 기억(Memory of World)’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의 기록 유산을 지정해 그 문화적 의의를 널리 알리는 데서 보듯이 상징적 의미에서 기록은 기억에 포함될 수도 있다.

‘기록물’ 역시 우리는 종이에 씌여진 기록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록이라 하면 종이기록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실제로 기록은 옛날의 경우 돌이나 나무 짐승의 뼈 등에 남겨졌고 종이 발명 후에는 그것이 주된 매체가 됐다. 최근에는 형식과 매체 면에서 사진 필름 류는 물론 동영상 등 시청각 기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기록이 생산 보존되고 있다. 그러므로 기록이라고 할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은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곽동철(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기록이 없다면 역사와의 단절을 초래하게 된다” 며 친일법 규정이나 독도의 국토 분쟁 같은 것도 기록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굳이 거창한 정부 공문서가 아니라도 하찮은 일상을 적은 기록도 세월이 쌓이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료로 쓰이며 보통 사람들이 꼼꼼하게 기록을 남겨야 한 시대를 제대로 전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록의 기능은 ‘과거’를 전승하는 것 외에도 그 기록을 공개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포함된다. 시민 모두가 공공기록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때는 민주화가 진전될 수 있지만 공공기록이 소수의 집권층에게만 접근이 허용될 때는 독재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립기록청인 NARA(Nati onal Archives and Record Administration) 는 ‘국립기록청은 국민들 스스로 정부가 한 일에 대한 기록을 살피고, 공직자와 기관들은 그들의 활동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시민들은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며 또한 미국시민의 권리, 연방 공무원의 활동, 국가적 경험을 기록한 중요한 기록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라며 기록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글의 목적에서도 드러나듯이 기록은 공개돼야 하며, 그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은 알권리를 가지고 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한 예로 흡연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 한 사람이 담배인삼공사에서 담배를 판매할 때 담배의 해로운 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다.
 
한편 기록을 담당하는 기관의 위상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태수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정부기록보존연구소가 정부내 각 부처가 갖고 있는 기록을 재정리하여 국민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 며 “이때 중요한 것은 정부기록보존 연구소의 위상이 좀더 강화돼야 한다” 고 역설했다. 실질적으로 정부기록보존연구소 책임자가 다른 부처 책임자 보다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연구소 책임자가 조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없다.

세계 각국에서 국민의 재산과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의 지식정보력을 증대하며 국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히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역사를 지켜나가는 역할을 하는 국립기록보존소의 위상은 곧 민주주의의 실제적 보루이자 상징인 만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1999년 1월 29일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이후로는 우리나라 국가기록관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와 함께 기록관리기구를 정비했다. 중앙기록물관리기관에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전체의 기록관리정책 수립, 입법, 사법, 행정부 등 기록관리에 관한 통일적 기준과 원칙 정립, 국가기록물지정, 공개연한 등을 심의·조정하게 했다. 이렇게 하여 전체 공공기관을 망라하는 기록관리 기구의 기본틀이 마련됐다.

또한 그동안의 공공기관의 미흡한 점을 혁신하기 위해 기록관리법에 △국가 중요정책에 대해 모두 기록을 남기도록 △생산된 기록은 등록 △일선 처리과에서 생산된 기록은 일정기간 이후에 반드시 전문기관으로 이관 △전산화를 고려한 표준화의 원칙으로 기록과 같은 원칙이 스며있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기록’ 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은 그 중요성에 비해 결코 빠르지 않다. 법과 제도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우리의 관심 또한 필수적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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