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연구’ ‘사회봉사’ 의 일반적인 대학의 기능에 비춰볼 때  대학의 기록은 다른 기록에 비해 중요하다. 그 자료가 가지는 ‘사료적 가치는 물론이고 대학 행정의 흐름과 관례를 볼 수 있는 ‘행정적 가치와 부득이하게 생길 수도 있는 법적 분쟁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민주적 대학운영의 발판 마련 △대학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 확보 △대학 행정 업무의 효율적 운영을 꾀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대학기록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본교 교사자료실은 1998년 5월, 4·18 기념관에 문을 열었다.
1994년에 박물관 60주년 행사로 ‘학교사’를 주제로 특별전을 준비하던 중 본교의 역사가 1백년이 되어가지만, 학교사 자료가 부실하고 남아있는 자료도 관리가 되지 않아 심하게 훼손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학교와 관련한 다양한 기록들을 종합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박물관이 일괄 관리하면서 교사자료실이 생겼다.

본교의 교사 자료실은 △보성전문학교전시실 △고려대학교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보성전문학교전시실은 1905년 개교부터 1946년 까지의 각종 자료가, 고려대학교전시실에는 1946년 종합대학교 승격 이후의 고려대학교의 역사에 대한 각종 자료 및 사진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본교 교사자료실을 맡고 있는 박물관 직원 김상덕씨는 “학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들에게 학교의 전통을 실물 기록자료와 사진을 통해 간접 체험하게 해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홍보하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교사자료실에는 단체관람객만 고등학생 8820명, 중학생 3529명, 기타 4427명으로 총 1만 6천여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학 기록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1960년 4월 1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돌아오던 고대생들은 종로 4가 부근에서 정치 깡패들이 피습해 많은 학생들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당시에 부상을 입은 학생들은 ‘국가보훈자’로 인정돼 전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훈대상자들은 이를 증명할 만한 기록을 얻기 위해 본교를 찾았지만 기록을 얻을 수 없었다. 본교는 매년 4·18을 기념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자료도 갖고있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관련 메모가 발견돼 증거 자료로 제출할 수 있었지만, ‘기록’이 증빙의 역할도 한다고 볼 때 기록의 보존 문제는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 다른 예로 본교의 본관 건물도 역시 사적으로 지정됐지만 원본 도면이 6·25 당시 소실된 것으로 추정돼 현재 남아있지 않다.

해외 대학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학보다 기록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기록의 보존이 잘 되고있다.  그 예로 미국 Harverd University Archives 의 경우 1939년에 설치돼 1636년 개교 이래 현재까지 대학의 주요기록을 모두 이곳, 대학기록관에 이관해 보존하고 있다.  Harverd University Archives는 대학기록의 생산, 활용, 폐기 및 보존되는 전 과정에 대한 관리책임이 부여된 상설전담기구로 기록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대학 차원에서 기록관리 프로그램의 시행 및 기록 보존 전과정에 대한 지휘권을 대학기록관에 부여했다.

일본 동경대의 경우에는 동경대학 창립 1백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12년 간에 걸친 1백년사 편찬 사업의 결과 수집된 대학 관련자료가 학교사 편찬이 종료된 후 흩어질 것을 우려해 1974년에 동경대학사사료실을 설치했다. 역사편찬을 계기로 수집된 자료를 보존 이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된 덕분에,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해 대학사 편찬에 사상·정신사·사회사 방법론을 도입할 수 있었다. 또한 대학 상설위원회로 ‘동경대학사료보존위원회’를 설치했다.

미국과 일본의 두 대학을 보면 모두 기록관련 전문기관이 존재한다. 본교에 교사자료실이 설치 될 무렵 정부에서도 ‘기록’이 잘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 내용으로 공공기관은 기록관 설치를 의무화 하도록 했는데 그 공공기관의 범위 내에는 사립대학도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학교에는 아직 직제화된 기록관련 기구가 없다. 행정관련 문서는 총무부에서 관리하고 그 외의 것은 박물관이 관리하는 실정이다. 전문적으로 기록만을 관리하는 기관을 두어 통합된 자료의 종합 관리가 필요하다.

본교의 경우는 일찍이 시작해 자료의 양은 방대하다. 그 한 사례로 이문영 교수와 유진오 전 총장의 기록을 모두 기증받아 본교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 교수의 민주화 운동 관련 자료와 일기를 통해서 현대사를 살펴 볼 수 있다. 유 전총장 역시 본교의 총장을 지내면서 나온 문서만 2트럭 분량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이를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현재 본관에서는 본교의 기록관을 세우는 것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중이다. 이에 김씨는 “기록이 잘 보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전문가의 비치, 이 두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며 본교의 기록 보존을 향상시킬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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