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록보존은 국정운영의 근거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신분·재산권 증빙·기록정보 제공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며 학술연구자료로 제공돼 학계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구의 경우 프랑스 시민혁명 직후부터 기록보존소가 설치됐다. 이는 봉건세력의 인권유린과 수탈·탐학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국정활동에 대한 국민감시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 구미 각국에서는 이러한 전통이 발전해 지금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도 기록보존소가 설치돼 있다.

미국은 프랑스에 국립기록보존소가 설립된지 약 150년 후인 1934년에 미국역사학회(AHA)의 청원으로 후버대통령에 의해 설립됐다. 국립기록보존소가 설립되기 이전까지 많은 기록유산은 손실될 위험에 놓여있었다. 정부공무원들은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기록물의 운명을 염려했다.

역사가들 역시 화재의 위협으로부터 기록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기록물의 저장공간을 확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의회에 국가기록유산의 보존을 위한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노력이 있었지만 국립기록보존소의 설립이라는 결실을 보기까지 1백여년의 세월이 걸렸고 수많은 기록물들이 손실됐다.

현재 미국의 정부기록보존소는 시민과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서비스를 통해 역사 문화 교육 정보기관으로서 광범위하고 능동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 기초의 마련과 여건 조성에 국가역사출판기록위원회의 기록물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지원정책이 크게 기여했다. 대통령도서관이 단순히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인 업적을 선전하는 전시장으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도서관, 박물관, 연구소로서 교육적·문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의 중추적 기록보존기구인 국립공문서관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전개된 민간 역사단체의 공문서보존촉진운동을 계기로 설립됐다. 일본의 역사단체는 기록보존기관의 설립을 위해 정부에 끊임없이 진정, 요구서를 제출했고 이에 자극돼‘공문서관법’이 제정돼 지방공문서관의 설립이 촉진됐다. 특히 매년 개최되는‘일본역사학협회 국립공문서관특별위원회’와의 공식회의는 민간의 요구와 정부의 입장이 절충되는 좋은 기회다.

또한 중앙 및 지방의 기록보존기관 모두 연구·전시 등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보존기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해제집이나 자료집 출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요기록물을 선별해 거의 매월 주제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는 기록보존기관이 국민과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인식시키고, 기록보존기관의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처럼 다른 나라의 기록보존제도가 개혁될 수 있었던 바탕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력이었다면 그 추진력은 대중적인 관심에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의 기록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기록보존의 중요성을 국가차원에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록이 잘 보존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처럼 여러 전문가 집단과 더불어 일반 시민으로부터 이해와 관심, 호의와 지원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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