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에그헴(Egham)'.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곳을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이라 소개한다. 바로 이곳이 로열할러웨이 대학(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 이하 RHUL)이 있는 곳이다. 기자는  지난달 18일(현지날짜),본교와의 학술교류협정으로 본교생을 위한 기숙사 공사가 한창인 RHUL을 찾았다.

강서구 공항동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런던의 중심지로 대표되는 워털루역(Waterloo)과는 기차로 40분거리였고 반면 런던 히드로 공항과는 15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런던이 초행길인 기자를 위해 로얄 할러웨이 한인 학생회(Royal Holloway Korean Society, 회장=곽태진 ,이하 RHKS)에서 직접 RHUL취재를 도와줬다. < BR>
RHUL정문에서 바라본 RHUL의 전경은 많은 기대를 품고 도착한 기자에게 아쉬운 인상을 먼저 안겨줬다. 영국대학교라는 환상과 고풍스런 궁전을 기대했던 탓인지 정문에서 몇발음 떨어지지 않은 본부 건물은 덩그러니 놓여진 건물 하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를 둘러보면서 학교의 다른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RHUL은 빅토리아 시대인 1886년 Thomas Holloway에 의해서 젊은 여성의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당시 빅토리아 여왕이 개교식에 참석하여 Royal이란 명칭이 붙여 졌다고 한다. 이 후 1849년에 Elizabeth Jesser가 설립한 Bedford College와 통합 했고, 20세기 초에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 계열 대학이 됐으며 1965년도부터 남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현재는 남녀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RHUL은 본부건물을 포함해 캠퍼스의 군데군데에서 영화에서만 보던 건축물들이 가득했다.

런던의 대학특성상 한국처럼 종합대학교형태로 운영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주로 한 대학당 한두개의 단과대가 특성화 돼 런던대학교 계열을 형성하고 있다. 런던대학교를 구성하는 학교 중 1836년 영국 국왕의 특허장에 의해 유니버시티칼리지와 킹스칼리지의 2개 대학이 먼저 설립됐다. 이후 1898년 ‘런던대학법’이 제정됨에 따라  기존의 2개 대학을 비롯하여 RHUL을 포함한 제국이공대학, 런던경제학교(LSE), 버크벡대학, 베드포드대학,  골드스미스대학, 헤이스롭대학, 퀸메리대학, 로열수의과대학 등과 12개 대학병원부속 의학교, 4개 신학교 등 많은 대학과 연구시설을 흡수·통합하여 영국 최대의 대학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런던대학교 계열이라고 해도 런던 곳곳에 학교들이 분산돼 있어 캠퍼스라는 것 또한 한국식의 종합대학교 캠퍼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처음 런던의 대학을 접할 때 환상이 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RHUL의 경우 런던대학교 중에서도 가장 캠퍼스다운 캠퍼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푸르른 자연환경에 넓은 잔디 구장도 여러개 보유하고 있고, 건물하나만 달랑 갖고 있는 다른 대학들과는 다르게 ‘캠퍼스’의 모습을 갖고있는 유일한 대학이다.

캠퍼스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는 본부 건물을 시작으로 만나본 RHUL은 ‘한산하고 공부하기 좋은 곳’ 이었다. 본교의 다람쥐 길처럼 다람쥐를 비롯해 사슴, 노루, 토끼등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본교의 방문학생 프로그램처럼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많이 공부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재학생의 20% 이상이 외국에서 온 학생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현재 RHUL내에는 본부 건물인 파운데이션 건물에 있는 기숙사 외에도 여러개의 기숙사가 운영중이다. 학교안을 돌면서 본 건물들의 상당수가 기숙사 건물인 것을 보면서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의존도가 매우 높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지난해 6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는 본교 방문학생을 위한 신축기숙사는 영국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마침 시공사인 LAING O'ROURKE사에서 협조해 줘 기숙사 내부까지 취재가 가능했다. 안전모를 쓰고 형광색 작업복을 입고 들어선 곳은 고려대 블록이라고 불리는 건물 한 동이었다. 이 곳에는방 한칸과 부엌이 모델하우스로 볼 수 있게 해 놓았는다.(사진) 취재를 도와줬던 RHKS 웹마스터 엄태원씨도 세련된 시설과 넓은 개인실을 보고 “이정도 시설이면 학교내에서 최고일 뿐만 아니라 영국기준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기숙사는 총 18블록으로 1인 1실로 운영된다. 총 567개의 침실과 공동부엌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개인실에는 전용욕실 및 화장실도 구비돼있다. 책상이나 책장, 의자등은 기본적으로 원목으로 갖춰져 있고, 개인침대의경의 싱글베드가 아닌 더블베드가 세팅된다. 시공사측에서는 1인당 10㎡의 면적이 배정된다고 한다. 기숙사는 총4층 건물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설치돼 있지 않은 점이 단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위아래로 이동할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본교 기숙사 신축으로 인해 RHKS측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기숙사 생활을 많이 하고 있는 RHKS 학생들은 이번 기숙사 신청에서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이 기숙사로 배정받았으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나 호감도 또한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일전에 일본정부에서 이 학교에 인터내셔널 빌딩을 지어줬는데 이후 이 학교에는 일본어 학과가 생기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는 나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본교가 실시하고 있는 교류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했다.

본교에서 파견될 방문학생 1기 34명은 9월과정부터 RHUL에서 1년간 수강하게 된다. 이들의 경우 본교가 국내대학으로는 최초로 유럽지역의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그 결과물로서 내딛는 첫 발걸음이라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시작하게 된다.

기자가 찾아간 런던의 6월은 영국의 1년중에 가장 날씨가 좋을때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RHUL에서 바라본 영국 하늘은 아름다웠다. 푸르른 잔디와 맑은 공기는 안암동의 정겨움과는 다른 매력을 가져다 주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국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짝씩 내딛는 고대인에게 소리없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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