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년 전통의 전문 서평지 『출판저널』은 ‘15년 간 45억의 적자’라는 판매실적을 근거로, 더 이상 발행할 수 없다는 출판금고의 입장에 따라, 발행주체가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판협회)로 이전됐다. 이를 두고, 백낙청 「창작과 비평사」 편집인, 김병익 「문학과 지성사」 상임고문, 정병규 「정디자인」 대표,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출판저널』 이 출판금고로 복귀할 것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출판금고에서 출판협회로 『출판저널』의 발행주체 이전은 우리 사회 서평문화의 공정성 훼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판저널』은 출판금고 극단적인 상업화가 추구되고 있는 오늘날 출판 현실에서 유일하게 외부 영향에서 자유로운 위치에서 서평을 내보내고 있다고 평가되며, 실제적으로 서평으로서 영향력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하다. 얼마 전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의 한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대학도서관 사서들이 책을 선정할 때 『출판저널』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출판저널』이 지금까지 독립된 편집권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출판금고에서 발행된 출판물이기 때문이다. 출판금고는 1969년 7월 사단법인으로 출발했고, 1985년 12월 재단법인으로 인정받게 됐으며, 공익자금을 받아 출판문화의 진흥을 위해 출판 활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공익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대한출판문화협회로 발행주체가 이전됨으로써 『출판저널』의 순수성의 훼손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출판계는 단순히 출판금고가 적은 이윤을 이유로 『출판저널』 발행을 출판협회로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출판을 통해 이윤을 보장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책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자 발행이 수익률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래서 공공자금으로 순수한 서평지를 만들어보겠다고 탄생한 것이 바로  출판금고인데, 출판금고의 이번 조치는 서평문화의 척박한 현실은 물론 『출판저널』의 의의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행본 중심의 기형적 출판구조 드러난 셈
출판계, '서평이 공정해야 출판이 살아난다'

 
 
또, 이번 운영권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상이 바로 출판협회라는 것이다. 출판협회는 비단행본 출판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각종 통계사업 및 국제도서전, 각종 문학사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비단행본이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학습지, 교과서, 대학 교재 등으로, 비단행본 출판사들은 현재 우리 출판계의 큰 손들이다. [표 참고]

『출판저널』에 비단행본사들의 크고 작은 압력이 존재했다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습지나 대학교 교재와 같은 비단행본을 서평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도 아닌 상식’이다. 그런데 만약 출판협회가 『출판저널』에 대학교 교과서 같은 것들의 서평을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담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에서 서평 문화의 보루였던 『출판저널』이 가진 의의는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 출판금고의 임원진에서조차 막강한 자본력을 쥐고 있는 비단행본 출판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현실은 이번 『출판저널』발행이전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승우 『출판저널』 편집주간은 『차라리 깃발을 내려라』에서 ‘단행본 중심의 편집방침을 일관되게 고수해온 데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표출해온 축이 바로 출판금고의 주도적 주체인 일부 비단행본 출판인들이었다는 사실은 분명 아이러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운영권 이전이 비단행본 출판인들의 ‘짜고 치는’고스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출판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는 『출판저널』과 같이 공정성이 보장된 전문 서평지와 견줄 만한 출판물은 부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판계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제2의 출판저널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출판저널』사태는 서평전문지의 마지막 보루마저 출판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자본논리와 권력화의 희생양이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서평의 역할은 출판인들이 구슬땀 흘려 발행한, 작가들이 오랜 시간을 걸쳐 만들어낸 성과물에 대한 가치를 온전하게 매기는 것”이라는 박천홍 『출판저널』전 편집장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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