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고연전은 첫날 1승2패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이튿날 두 경기 모두를 승리로 이끌어 역전우승을 일궈내며 근래 가장 뜨거웠던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게다가 올해는 폐막제가 본교에서 열린 터라 경기가 모두 끝난뒤 참살이길과 본교 캠퍼스 일대는 두 학교학생들의 뒤풀이 열기와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믿음직한 동지이자 영원한 맞수인 양교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의를 다지는 화합의 장이 올가을 그 근본 취지에 가장 가깝게 펼쳐졌다고 생각한다. 여느 때보다 멋진 플레이와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매경기 이어지면서 양교 학생들 모두 가을날의 축제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요일 밤의 일정들이 모두 끝나고 다음 날이 밝자 고연전의 열기가 사라진 자리는 온갖 오물과 술냄새가 대신하고 있었다. 마침 이날이 일요일이라 중앙광장을 뒤덮은 쓰레기들을 치울만한 일손은 부족했고,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방문객들은 난장판이 된 중앙광장을 찾았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내 발길을 돌렸다.

물론 일년에 한번 열리는 고연전을 승리로 이끈 기쁨을 마음껏 발산하는 '야성'도 중요하지만 지킬 것은 지킬 줄 아는 '지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추태에 가까울 뿐이다.

미리 배포된 고대신문 1면 머릿기사의 '멋진승리 멋진고대'라는 제목을 무색케 하는 중앙광장에는 빛바랜 '글로벌KU' 현수막들이 덩그러니 펄럭이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고대의 새로운 위상과 현실수준과는 감당하기 힘든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이미지의 고대는 새건물과 그럴듯한 광고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담장을 허물고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더욱 더 가까워진 고대. 그런만큼 고대의 이미지는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어 만들어가고 있음을 기억하자.
양익준 (정경 신방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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