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와 함께 모든 분야의 산업이 황폐화되어 버린 후 아직까지도 소련 시절의 산업 생산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는 대학졸업생들이 취업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 바우르잔은 전공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카자흐스탄 노동자의 평균 급여보다 2배 이상이나 받고 있는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바우르잔 본인은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모스크바 유학을 마치고 전공을 살려 보다 안정되고 고소득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싶어서” 라고 대답했다. 

모스크바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바우르잔의 첫 시도는 영어공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되는 바우르잔은 『포켓 러시아 - 영어 회화책』을 사서 늘 들고 다녔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개인 운전기사를 원할 때는 자신들과 대화가 통하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바우르잔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현재의 직장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카작 외국어대학에서 만난 라리사(22·영어과 4년)는 미국에서 파견된 한 선교사가 이끄는 바이블 스터디 그룹에서 영어를 익히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부모님들과 충돌은 없는지를 묻자, “부모님도 내가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 다니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부모님과의 종교갈등은 없어요”라고 답한다. 라리사는 졸업 후에 미국계 보험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다.  왜냐하면, 대졸자 평균 초임에 비해서 무려 4배 정도나 많은 800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리사는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성경공부를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여기는 자신처럼 영어과 학생 외에도 다른 전공자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 중 종교적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학생 즉 미래의 선교사가 될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다닌다고 한다. “저는 이러한 바이블 스터디 그룹을 여러 곳 다녀봤는데, 어딜 가나 영어를 배울려는 학생들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굴잔(20·알마티 경제대학 2년)의 영어실력은 본토인에 버금간다. 굴잔의 장래 희망도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우르잔이나 라리사 그리고 그 그룹 친구들은 동료들과는 좀더 다른 자신만의 능력을 익히기 위해서 혹은 그 준비를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주로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분야에 치우친 면이 있지만 남들과 다른,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경력과 능력이 취업을 보장해 준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투쟁일변도의 총학생회만을 경험한 386세대인 필자는 총학생회에 취업지원국이 있다는 것이 다소 낯설다. 그러나 취업을 집단적으로 준비하는 한국의 대학가는 분명 카자흐스탄의 대학가보다는 나아 보인다. 얼마 전, 300인 이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비슷한 환경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선발하는 경우에는 뭔가 그 사람만이 가진 특성이나 기능의 유무가 그 사람의 채용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한다. 취업시즌이 다가온 고대의 대학가에도 집단적으로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는 건전한 분위기와 이에 더해 나만의 히든카드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들이 겹쳐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98학번에 해당되는 바우르잔(23·알마티국립대 국제법학 5년)은 현재 한 외국계 회사의 개인 기사로 일한다.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잘 빠진(?) 자동차만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는 바우르잔은 특히 한국산 자동차인 무쏘를 좋아한다. 운전 중에 무쏘가 지나가면 거의 넋을 놓고 쳐다보느라 고용주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받았을 정도다. 그래서 돈을 벌면 무쏘를 사는 것이 바우르잔의 작은 꿈이기도 하다. 근무시간은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아침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은 따로 없다고 한다. 밤 12시까지 일하는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 새벽에 공항에 나가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그 회사 출장자들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호텔까지 모셔야지만 그 날 하루 근무가 끝나는 것이다. 과거같으면 밤 12시까지의 근무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바우르잔은 변화하는 세상만큼이나 빨리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 붕괴와 함께 모든 분야의 산업이 황폐화되어 버린 후 아직까지도 소련 시절의 산업 생산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는 대학졸업생들이 취업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 바우르잔은 전공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카자흐스탄 노동자의 평균 급여보다 2배 이상이나 받고 있는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바우르잔 본인은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모스크바 유학을 마치고 전공을 살려 보다 안정되고 고소득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싶어서” 라고 대답했다. 

모스크바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바우르잔의 첫 시도는 영어공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되는 바우르잔은 『포켓 러시아 - 영어 회화책』을 사서 늘 들고 다녔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개인 운전기사를 원할 때는 자신들과 대화가 통하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바우르잔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현재의 직장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카작 외국어대학에서 만난 라리사(22·영어과 4년)는 미국에서 파견된 한 선교사가 이끄는 바이블 스터디 그룹에서 영어를 익히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부모님들과 충돌은 없는지를 묻자, “부모님도 내가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 다니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부모님과의 종교갈등은 없어요”라고 답한다. 라리사는 졸업 후에 미국계 보험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다.  왜냐하면, 대졸자 평균 초임에 비해서 무려 4배 정도나 많은 800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리사는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성경공부를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여기는 자신처럼 영어과 학생 외에도 다른 전공자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 중 종교적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학생 즉 미래의 선교사가 될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다닌다고 한다. “저는 이러한 바이블 스터디 그룹을 여러 곳 다녀봤는데, 어딜 가나 영어를 배울려는 학생들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굴잔(20·알마티 경제대학 2년)의 영어실력은 본토인에 버금간다. 굴잔의 장래 희망도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우르잔이나 라리사 그리고 그 그룹 친구들은 동료들과는 좀더 다른 자신만의 능력을 익히기 위해서 혹은 그 준비를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주로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분야에 치우친 면이 있지만 남들과 다른,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경력과 능력이 취업을 보장해 준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투쟁일변도의 총학생회만을 경험한 386세대인 필자는 총학생회에 취업지원국이 있다는 것이 다소 낯설다. 그러나 취업을 집단적으로 준비하는 한국의 대학가는 분명 카자흐스탄의 대학가보다는 나아 보인다. 얼마 전, 300인 이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비슷한 환경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선발하는 경우에는 뭔가 그 사람만이 가진 특성이나 기능의 유무가 그 사람의 채용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한다. 취업시즌이 다가온 고대의 대학가에도 집단적으로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는 건전한 분위기와 이에 더해 나만의 히든카드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들이 겹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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